[본 기사는 11월 1일(16:0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대림산업이 창사 80년 만에 해외 기업의 경영권을 처음으로 인수하게 됐다. 미국 석유화학 업체 크레이턴의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사들여 화학 부문으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의 시선은 대림사업 측 자문사로 참여한 UBS증권 서울지점에 쏠린다. 올 초 KCC-원익-SJ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미국 모멘티브 인수를 성공리에 매듭짓는 등 국경간거래(크로스보더 딜) 부문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지난달 30일 대림산업은 미국 크레이턴(Kraton)의 카리플렉스(Cariflex) 사업부 인수를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대상은 브라질에 위치한 생산 시설과 원천기술, 영업권, 생산·연구 인력 등이다.
대림산업이 해외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1939년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크레이턴의 카리플렉스 사업부는 수술용 장갑과 주사용기의 고무마개 제조에 쓰이는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만든다. 현재 생산 중인 라텍스는 세계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고무로 만들어진 수술용 장갑은 알레르기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아 합성고무 재질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향후 시장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대림산업은 이번 거래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 '화학'을 향후 미래 먹거리로 삼은 만큼 합성수지 시장에서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관계자는 "카리플렉스 사업부처럼 고부가가치 라텍스를 만들 수 있는 경쟁사가 전세계에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최종 소비처의 대부분이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이어서, 중국 시장 익스포져가 큰 대다수의 동종 업체에 비해 안정적이란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대림산업 측 자문사로 UBS가 참여한 점에 주목한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 등 리그테이블 순위가 높은 외국계 IB를 제치고 딜을 따냈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들은 UBS가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이하 모멘티브) 거래를 성공리에 매듭지은 점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지난 5월 KCC그룹과 원익그룹,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꾸려 실리콘과 쿼츠 관련 소재 제품을 생산하는 모멘티브 인수를 마쳤다. 당시 UBS는 컨소시엄 측의 인수 자문을 맡았다. 화학 기업 거래 실무를 최근 들어 진행한 점이 이번 대림산업 딜을 따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UBS는 한화로 3조원이 넘는 대형 크로스보더 딜을 무난히 성사시켜 좋은 이정표를 남겼다"며 "향후 유사 업종의 추가 M&A 거래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폴헤이스팅스(Paul Hastings)와 삼일PwC는 대림산업 측의 법률자문과 회계자문사로 각각 참여했다. 세계 최대 로펌인 베이커 맥킨지(Baker McKenzie)와 JP모건은 매각 측 자문 업무를 맡았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