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상장사 이익, 대만보다 50% 많은데…MSCI 편입비중은 비슷
입력 2019-11-05 18:02  | 수정 2019-11-05 19:58
◆ 푸대접 받는 한국증시 ◆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MSCI 신흥국(EM)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 규모는 1조5000억달러(약 1740조원)에 달한다. 한국이 받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지수에 한국이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들어가는지에 따라 한국 증시가 출렁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민간 회사 지수이긴 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냉정하게 각국 증시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MSCI EM지수에서 한국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일단 비중상으론 중국 다음인 2위이고, 3위는 대만, 그 뒤를 인도, 브라질 등이 잇고 있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하나금융투자증권의 도움을 받아 MSCI와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 자료를 분석한 결과, MSCI EM지수 내 한국의 EPS(주당순이익)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월 말 기준 13.3%로 대만의 9.0%보다 4.3%포인트나 높은 데 반해 11월 말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지수 및 종목이 전반적으로 재조정되면 인덱스 편입비중은 한국 12.2%, 대만 10.5%가 될 것으로 예상돼 차이가 크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지수 내 편입종목들의 가격 대비 수익성이 괜찮은 한국이, 수익성이 별로인 대만 정도밖에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3년간의 MSCI EM지수 내 통계를 분석해보면 한국은 더 극명하게 '디스카운트'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만은 2017년 이후 편입종목의 시가총액 비중보다 수익 비중이 훨씬 낮다. 대만은 상장기업들이 내는 수익보다 더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늘상 수익 비중보다 시총 비중이 낮다.
원인은 뭘까. 한국의 경제상황과 기업이익이 예측 불가능하고, 급변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지난 3년간 한국의 MSCI EM지수 내 이익기여도를 보면 2017년 22.7%까지 올라갔으나, 작년부터 증시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최저 13.0%까지 떨어졌다. 변동률이 9.7%포인트나 된다. 반면 대만은 같은 기간 이익기여도가 가장 높았을 때(12.3%, 2017년 6월)와 가장 낮았을 때(2019년 2월과 6월, 10.6%)의 격차가 1.7%포인트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하면 한국 변동성이 지난 3년간 대만의 4배가 넘었다는 얘기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데, 이런 시장 상황에선 수익성이 큰 상품보다는 변동성이 낮은 상품과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로볼(Low Volatility)' 전략을 많이 쓴다. 안정성에 큰 비중을 두고 투자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보다 대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 MSCI가 변동성만 가지고 발간하는 'MSCI 신흥국 최소변동성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 EM지수 편입비중으로는 2위인 한국이 중국, 대만은 물론 인도, 태국에도 밀려 5위에 랭크돼 있다. 그만큼 한국 증시가 '안정성' 부문에서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것이다.

이는 한국 증시의 '체력'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코스피에서 특정 종목·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다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5일 시가총액 기준 삼성전자는 전체 증시의 약 22%를 차지한다. 2위인 SK하이닉스 비중이 4.3%가량이다. 두 종목을 합치면 증시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 다른 종목들이 아무리 분발해도 반도체라는 하나의 업종에 포함된 이 두 회사가 흔들리면 한국 증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삼성전자 실적이 유독 좋지 않았던 작년 말부터 한국 증시는 같이 나빠졌고, 최근 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증시도 나아지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같은 우량 글로벌 기업이 더 이상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 경영 환경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을 좌지우지하는 바이오주의 극심한 '업&다운'도 증시 불안을 부채질한다. 실제로 이번 11월 말 단행되는 반기 MSCI EM지수 리밸런싱에서 지수에서 빠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은 신라젠과 셀트리온제약이라고 대부분 증권사들은 예상하고 있다. 모두 바이오 관련 종목이다. 최근 바이오주가 급등하면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유력한 지수 편출 예상 종목이 모두 바이오주라는 것 자체가 바이오주의 변동성과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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