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남미 소국 `가이아나`를 아시나요, IMF "원유 생산에…내년 86% 성장할 것"
입력 2019-11-05 16:24 

작고 멀어서 이름조차 생소한 남미 소국, 가이아나(Guayana)가 내년 석유 시장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4.4%인 가이아나가 내년에 무려 8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고 4일(현지시간) 미국CNBC가 전했다. 성장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인 셈이다.
가이아나의 '폭풍 성장'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다음 달 부터 원유 생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년 초부터는 매일 12만 배럴, 2025년에는 75만 배럴 이상씩 생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최대 2조 달러(약 2400조원) 기업 가치를 뽐내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12월 주식시장 상장을 서두른 것도 이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 에너지 담당 관료이던 데이비드 골드윈씨는 뉴욕타임스(NYT)신문 인터뷰에서 "아람코가 주식 상장을 위한 공모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사우디의 과제"라면서 "이를 위해선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 한동안 생산량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원래는 기름이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인 줄 알 았지만, 4년 전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에너지업체 엑손 모빌이 가이아나 앞 바다에서 '경질유'가 매장된 유정을 발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질유는 가이아나 옆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주로 나오는 중질유보다 품질과 가격을 높게 쳐준다. CNBC는 바다에 묻힌 1인당 원유 매장량을 보면, 가이아나는 3900배럴로 사우디(1인당 1900배럴)를 두 배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는 확인된 매장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가이아나의 한 마을 바티카에서 주민들이 강을 건너는 수상 택시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이아나에서는 금과 다이아몬드가 나오는 데 12월 부터는 원유도 생산해 2020년 성장률이 86%에 달할 것이라는 IMF전망이 나왔다. [CNBC·AFP = 연합뉴스]
앞서 6월 IMF는 가이아나가 내년 이후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경고도 냈다. 네덜란드 병은 '금수저 나라'들이 겪는데, 주로 자원 부국이 자원 수출로 일시적으로 경제 호황을 누리지만 결국 물가와 통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자원 가격 등락에 흔들려 침체를 겪는 역설적인 현상을 말한다.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수리남 사이에 있는 나라다.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 들 중 유일하게 영어를 쓰는 나라로, 영국령이었는데 1966년 독립했다. 면적이 2149만7000헥타르(ha)로 우리나라(1003만3950ha)의 두 배 가량이지만 인구는 우리나라의 1/66수준이다. 수리남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령 가이아나도 별개로 따로 존재한다. 왕실 중심 유럽 '근대 국가'시대이자 네덜란드가 해상 무역을 장악한 17세기, 브레다 조약(1667년)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가 가이아나를 분할해 순서대로 가이아나, 프랑스령 가이아나, 수리남을 점유했었다.
다만 IMF의 86%성장 예상과 달리 글로벌 시장 정보분석업체 IHS마킷은 '정치적 불안정'을 이유 30%성장률을 예상했다. 해외투자·개발 관련 법과 제도 여건이 잘 정비되지 않은 데다 원유 관련 개발·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 지연 혹은 사업 대금 미지급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만난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왼쪽)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보우소나루대통령은 이후 31일에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OPEC 에 가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 출처 = 사우디 외무부 트위터]
가이아나를 비롯해 멕시코와 브라질, 캐나다, 노르웨이가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을 마친 지난 달 31일 OPEC 가입에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OPEC이 종이호랑이가 될 것을 우려한 사우디 측 권유에서인데 일단은 파울루 게지스 브라질 경제부 장관이 OPEC 가입을 반대했다. 사우디는 지난 달 29일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를 통해 브라질에 1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원유 수요'측면에서 글로벌 경제 산업생산활동이 둔화되고 있는데 '공급'측면에서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면 국제 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현재 전세계 석유 생산량은 하루 8000만배럴 수준인데 내년 가이아나·브라질·캐나다·노르웨이를 통틀어 하루 100만 배럴 가량 석유가 생산될 것으로 보여 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앞서 미국이 전세계 석유 매장1위국인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이란 등에 석유 수출 금지 제재를 하고 있지만 석유 수요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유가가 현재 수준인 배럴당 50달러 중반보다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미국 재무부 관료 출신 에너지 경제학자 필립 베를레거씨는 NYT인터뷰에서 "석유 업계는 이제 자금이 동나는 현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내가 업계 관계자라면 죽을 만큼 두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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