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프듀' 시리즈 등 엠넷 오디션 스타들 활동도 '적신호'
입력 2019-11-05 15:52  | 수정 2019-11-12 16:05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 101'('프듀X') 제작진이 투표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기정 사실화하면서 그간 엠넷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스타들의 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특히 가장 타격을 입게 된 쪽은 '프듀X'를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원입니다.

엑스원의 경우 '프듀X' 투표 조작 의혹이 마지막 생방송 직후 불거졌기 때문에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장기화한 경찰 수사 속에 CJ ENM 계열 채널 말고는 제대로 방송 활동이나 광고 촬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시즌2로 데뷔한 워너원이 공식 데뷔 쇼케이스 전부터 온갖 광고 촬영을 하고, 지상파 예능에서도 서로 부르지 못해 안달이 났던 사례와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아이오아이(시즌1 데뷔조)나 워너원, 아이즈원(시즌3)처럼 시작부터 단단히 뭉쳐야 할 팬덤도 초기에 분열했습니다.

'프듀X' 투표 조작을 전제로 실력에 따라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 이름이 거론되면서 엑스원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아예 '바이나인' 등 파생그룹을 속히 데뷔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여러 의견이 온라인에서 충돌했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서도 엑스원은 데뷔 앨범 첫 주 판매량이 52만장을 돌파하면서 나름 선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오늘(5일) 경찰의 '프듀X' 제작진과 일부 기획사 관계자 영장 신청 사실이 전해지면서 구체적인 조작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고, 엑스원은 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아울러 다른 '프듀'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그룹들 역시 그동안의 기반 중 상당 부분을 위협받게 됐습니다. '프듀' 시리즈 투표 시스템이 모두 같았던 탓입니다. 실제로 경찰 수사도 '프듀' 시리즈 전반과, 유사 아이돌 오디션인 '아이돌학교'까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엑스원은 물론 다른 시즌으로 데뷔한 그룹들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그룹들이 활동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누리꾼들이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이야기들이 나올 것 아니냐"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업계 관행상 관계자 다수가 구속되거나 당장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소속사가 나서서 자신들의 도덕적 결함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지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그룹 멤버가 직접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숙없이 활동을 강행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워낙 큰 이슈다 보니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데뷔조에 대한 동정의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탈락자나 데뷔 멤버나 모두 '취업사기' 피해자라는 분석입니다.

하 평론가 역시 "가수의 경우 자신들이 조작에 직접 공모한 게 아니라면 죄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열심히 한 죄 아니냐"며 "방송사, 기획사의 잘못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도 문제"라고 우려했습니다.

다른 가요계 관계자도 "멤버들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다. 그들도 얼마나 속상하겠느냐"며 "그들이 활동하고 말고를 어른들이 재단하기가 조심스럽다. 그 친구들 입장에서 보면 활동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엑스원은 워너원의 '대박' 사례를 통해 활동 기간을 총 5년으로 계약한 데다, 아이즈원은 일본 AKB48 측과 협업한 프로젝트라 '활동 중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쨌든 여러 우려 속에서도 해당 그룹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당장 엠넷은 다음 달 일본 나고야에서 초대형 K팝 시상식 겸 축제 'MAMA' 개최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대로라면 MAMA 무대는 데뷔조가 외국 한류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가장 큰 기회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는 엑스원과 아이즈원 등이 이 무대에 제대로 설 수 있을지, 선다 해도 100%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이날 구속영장 심사 대상이 김용범 CP와 안준영 PD를 포함한 '프듀X' 제작진 3명과 오디션에 참여한 대형 기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간부 1명이라는 사실이라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가 자칫 가요·방송계 '게이트' 수준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엠넷·제작진과 기획사 간 모종의 거래 정황이 포착됐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이번 충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날 영장 심사 대상에 오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프듀' 매 시즌 연습생을 데뷔시키는 데 성공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금전 거래 등이 사실로 확인되면 방송사는 물론 해당 대형 기획사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가요계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경찰은 영장 심사 당일 CJ ENM을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한동안 이어질 것을 예고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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