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눈 수술 전 염증치료해야 부작용 없다
입력 2019-11-05 14:03  | 수정 2019-11-05 14:03

백내장이나 라식·라섹 수술을 하고 나면 안구건조증(건성안)이 더욱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시력교정을 위해 수술을 했던 것이 오히려 시력을 떨어뜨리고 빛번짐, 따가움, 건조함 등으로 불편감이 가중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안구건조증으로 생긴 각막염증을 치료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해 증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태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건성안 유병률은 백내장 및 라식·라섹수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의 약 50~70%에 달한다"며 "건성안은 원인이 염증 때문인지, 눈물층 이상 때문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치료할 경우 완치가 어렵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구건조증은 흔히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지만, 최근 들어 스마트폰 사용이 급증하고 콘택트렌즈 착용, 안과 수술 등 여러 요인이 복합돼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안구건조증 환자는 2010년 186만명에서 2013년 212만명, 2015년 217만명, 2016년 225만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안구건조증 심하면 각막궤양 올 수도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지나치게 많이 증발하거나 눈물 분비량의 부족 혹은 눈물 성분의 이상으로 인해 눈이 시리며 이물감과 건조함 같은 자극 증상을 느끼고, 심하면 안구가 손상되기도 하는 질환이다. 구체적인 증상은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건조함 △따가움 △시력의 흐려짐 △빛에 민감해짐 △이물감 △과도한 눈물 등이 나타난다. 안구건조증 환자는 여름철 냉방기나 겨울철 난방기를 가동해 실내가 건조해지면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또 업무에 너무 집중해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들어도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차흥원 교수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안구건조증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안구건조증으로 악화될 수 있고, 각막에 미세한 상처가 반복되거나 각막이 점점 뿌옇게 흐려지면서 심각한 각막 궤양에 이를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구건조증 환자 10명 중 7명이 여성
안구건조증은 특히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견된다. 전체 환자의 68.3%가 여성으로, 환자 10명 중 7명이 여성인 셈이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태영 교수는 "계절에 관계없이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상당수가 중년 여성"이라며 "여성들은 중년에 접어들면서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겨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폐경학회에 따르면 폐경 여성 10명중 6명이 안구건조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경 여성들이 안구건조증을 많이 앓는 이유는 눈물샘과 안구 표면의 염증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분비가 감소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염증성 여부 등 정확한 진단이 중요
삼성서울병원 정태영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대부분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해 단순한 인공 눈물의 점안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 후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먼저 안구에 충분한 눈물이 확보되지 않아 세균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안구 표면에 상처가 생기거나 간혹 시력도 떨어지게 된다. 또 직장생활이나 야간 운전, 컴퓨터 사용이나 독서, 콘택트렌즈 사용 등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함이 따른다. 따라서 내가 겪는 안구건조증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내 그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안구건조증을 진단하는 방법은 눈물 생성량 검사, 눈물층 안전성 검사, 각막 상피세포 상태 파악을 위한 염색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검사가 다분히 주관적이며 민감도나 특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검사의 재현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염증성 안구건조증 여부를 확인하려면 대학병원급에서 생화학분석이 필요해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모되고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이에 비해 최근 국내에 도입된 '인플라마드라이'(InflammaDry™)라는 간편한 진단 키트는 검결막(아래 눈꺼풀 안쪽)에서 소량의 눈물 샘플을 채취해 염증 생체 표지자인 단백분해 효소('기질 금속단백분해효소 9'(MMP-9, Matrix Metalloproteinases-9)) 농도를 측정해 10분 안에 염증성 안구건조증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외진단키트이다. 이 검사를 기존에 시행하던 일반 안구건조증 검사와 병행하면 염증 검사의 정확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
◆인플라마드라이의 염증 식별력 뛰어나
MMP-9은 안구 표면의 상피세포가 자극을 받았을 때 생성되는 분해 효소로 눈물 체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염증 바이오마커이며, 특히 안구 표면 질병과 높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상 눈에서는 3~40ng/ml 범위로 존재하고 이보다 높으면 염증이 있다고 진단한다. 염증이 있으면 인플라마드라이 진단기에 빨간색 선으로 표시되며 농도가 높을수록 색이 더 짙게 나타난다.

인플라마드라이는 눈물 내 MMP-9 활성도, 즉 염증 유무를 간단하고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검사로 다른 검사에 비해 높은 민감도(85%)와 특이도(98%)를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또한 MMP-9은 각막 상피세포 뿐만 아니라 눈물샘에서도 분비가 되기 때문에 검사시 반사눈물에 영향을 받지 않아 타 검사 대비 신뢰도가 높다. 이 진단기는 미국 의료벤처기업인 RPS에서 개발해 2011년 CE 인증, 2013년 미국FDA 인증을 받아 현재 캐나다, 독일, 스위스와 같은 의료 선진국을 포함한 26개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과 함께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았다. 또한 의료보험 급여항목으로 등재돼 2017년 2월 1일부터 국내 안과 병원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MMP-9 검사, 미국 학회 수술전 안구표면질환 알고리즘으로 채택
미국 백내장굴절수술학회(회장 테리 킴)는 올해 5월 MMP-9 검사를 수술전 안구표면질환 알고리즘(ASCRS Preoperative OSD Algorithm)으로 채택했는데, 이는 의사가 수술전에 환자의 안구표면질환 유무를 검사하고 치료함으로써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이물감, 충혈, 통증, 시력저하 또는 내안구염 등의 문제점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알고리즘에 의하면 Osmolarity(오스몰농도·삼투압) 검사와 MMP-9검사 등으로 먼저 안구표면질환을 스크리닝 한 후, 비정상 결과와 함께 시력에 영향을 주는 안구표면질환으로 확인되는 경우(Visually Significant OSD), 반드시 수술 일정을 미루고 치료를 선행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만들어진 배경은 2017년 미국 백내장 굴절수술 학회 멤버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의 응답자가 안구표면질환을 진단하는 알고리즘이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91% 응답자들은 경미한 안구건조증이라도 백내장 및 굴절 수술 후 환자의 수술 만족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그들은 시중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안구 건조증 진단방법을 잘 인지하고 있거나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9% 만이 Osmolarity검사를, 5%만이 MMP-9검사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스타 미국 코넬대 안과 교수는 이달 1~3일 열린 대한안과학회 제 122회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수술전 안구표면질환 알고리즘을 만들게 됐고, 안구표면질환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Osmolarity 검사와 MMP-9검사를 백내장 및 굴절 수술 전에 반드시 시행하라고 조언하게 됐다"고 말했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백내장 및 굴절 수술을 받기까지는 많은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수술 시 삽입할 IOL의 선택, 수술 후 일어날 수 있는 합병증의 확인, 비용 상담 및 여러가지 검사(생체값 측정, 각막곡률측정, 각막지형도, 각막단층촬영) 등이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에 포함된 MMP-9검사는 10분내로 빠르고 정확하게 안구 내 염증 지수를 확인해주기 때문에 그 검사 과정이 간단하여 의사들이 더욱 효율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한다고 크리스토퍼 스타 교수는 설명했다.
◆염증 검사는 왜 필요한가
안구건조증은 염증 동반 유무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염증성 안구건조증일 경우에는 면역억제제, 소염제, 항생제 처방으로 항염증치료를 적극 시행할 수 있으며, 비염증성 안구건조증일 경우에는 인공눈물, 누점폐쇄술, 오메가3 처방 등 균형이 깨진 눈물막을 보충해주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201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안과 협회(NCOOA: North Carolina Ophthalmology and Optometry Associations)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눈물을 처방 받은 환자의 약50%, 항염증제(사이클로스포린)을 처방 받은 환자의 약 50%가 치료에 실패했다고 보고됐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국내의 안구건조증 환자 또한 절반 정도는 염증성 질환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07년 국제 건성안 워크숍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안구건조증 진단과 치료, 처방에 대한 결정이 객관적 진단에 의거하지 못하고 주관적인 환자의 증상에 의해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동안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기 때문에 염증성 안구건조증 환자에게 인공눈물만 처방하거나, 반대로 비염증성 환자에게 항염증제를 투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라마드라이 테스트의 효용성
인플라마드라이는 면역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눈물 내 MMP-9의 활성도를 분석한 후 농도가 정상 범위를 넘어 설 경우 농도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이때 염증 농도가 높으면 색깔이 짙게 표시되므로 질환의 경중을 따져 약 처방을 할 수 있다.
염증성 안구건조증으로 처방 받은 환자를 지속적인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의 하나. 약 처방을 받은 후 일정 간격으로 병원에 내원해 인플라마드라이 검사를 해보면 표시되는 색깔의 농도를 가늠해 언제 염증조절 약을 끊을 수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차흥원 교수는 "염증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플라마드라이 검사를 시행하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 그에 따른 치료가 한층 정확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자에게 검사 결과나 치료 호전도를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 환자와 병원 간에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막에 염증이 있으면 각막 표면이 불안정해진다. 굴절 교정 수술이나 백내장 수술에서는 특히 정확한 각막 측정값이 요구돼 염증이 있으면 수술이 부정확하고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높다. 따라서 수술 전 인플라마드라이 검사를 실시하면 염증의 유무와 정도를 쉽게 확인해 염증이 있을 경우 염증치료 후 수술을 하면 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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