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우승전까지 휩쓴 한국 '아기 상어'(Baby Shark·베이비 샤크) 노래가 백악관에도 등장했다. 4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백악관에서는 미국 해병 군악대가 아기 상어를 연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5년만에 메이저리그(MLB) 월드 시리즈 승리를 거둔 워싱턴 연고 야구팀 '워싱턴 내셔널스(Washington Nationals·워싱턴)' 를 점심 식사에 초청한 자리에서다.
워싱턴 팀 야구 선수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야외 오찬장 사우스론에서 아기 상어노래를 듣고 "매우 힘나는 귀여운 노래(very powerful little tune)"라고 언급했다. 미국 CBS는 아기상어 노래가 'Nats 팬들의 행진곡'이라고 전했다. 아기상어 노래는 앞서 지난 달 31일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2019 MLB 월드 시리즈'에서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한국 어린이 노래로 만들어진 아기상어는 베네수엘라 출신 외야수 헤라르도 파라(32·워싱턴)선수 입장곡이기도 하다. 이번 정규 시즌 초 워싱턴 팀과 파라 선수는 함께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그는 지난 6월 2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경기 당시 자신의 등장곡을 '아기상어'로 바꿨다. "세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라는 이유였지만 이날 파라 선수는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해 워싱턴 팀을 승리로 이끌면서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지난 달 19일 저녁(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인근 바브다 지역에서 시위대가 시위에 둘러싸인 자동차 속 아기를 달래며 `아기상어`를 불러주는 모습. [사진 출처 = 아기 엄마 엘리안 자보르 씨 페이스북 영상 캡처]
아기 상어는 2015년 한국 유아콘텐츠 업체 '핑크퐁'이 북미권 동요를 활용해 만든 어린이용 노래다. '뚜루루뚜루~'라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중이다.미국 플로리다 주에선 가출 노숙자들이 넘쳐나는 웨스트팜비치 시가 노숙자들의 귀가를 자극하는 '컴백 홈(come back home)'용 노래로 틀어놓기도 한다. 부패한 엘리트들에 대한 대규모 항의 시위로 총리 사임 사태가 벌어진 지중해 연안국가 레바논에서는 시위대가 시위에 놀란 아이를 달래는 용도로 아기 상어 노래를 트는 것이 눈길을 끌면서 이를 시작으로 '시위대의 노래'로 등극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4일 워싱턴 팀과 만나면서 "사람들이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것(내셔널스), 그리고 탄핵"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민주당 주도의 하원 탄핵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을 내비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 경기장에 갔다가 팬들로부터 "트럼프를 탄핵하고 구속하라"는 핀찬과 야유를 들었었다.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수 커트 스즈키(36) 선수가 자신의 2016년 대선 홍보용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빨간 모자를 쓴 것을 보고 '백 허그'를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8강전 프랑스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는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메건 라피노씨. [EPA = 연합뉴스]
미국에선 대통령이 종종 스포츠 리그 우승팀을 백악관에 초청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주민 혐오 등 '증오의 정치'를 자극하는 발언 탓에 선수들이 트럼프 초청 보이콧을 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4일에도 25명의 워싱턴팀 선수 중 7명이 불참했다. 투수 션 두리틀(33)씨는 "나는 백악관에 안 간다"면서 "거기에서는 내가 동의하지 않는 정책이 나온다. 그런 정책은 분열과 음모의 말들로 우리나라를 갈라놓는다"고 밝혔다. 두리틀 선수는 평소에 아내와 함께 시리아 난민· 부상당한 퇴역 군인·성소수자 지원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지난 7월에는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통산 4번째 우승을 거둔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을 보이콧했다. 앞서 레즈비언임을 선언한 대표팀 주장 메건 라피노(34)씨는 16강 스페인 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우승부터 해라, 아직 여자 축구대표팀을 초청하지 않았지만 우승에 관계없이 그들을 초청한다"고 한 데 대해 "미국이 이겨도 차별주의자 트럼프가 있는 백악관은 안 간다"고 맞대응 한 바 있다.
아기상어 노래와 캐릭터는 한국 벤처기업인 '스마트 스터디' 공동창업자 김민석(38) 대표 손을 거쳤다. 전세계적인 인기 탓에 회사 기업가치가 1억2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3일 LA타임스가 전했다.
아기상어를 낸 핑크퐁은 스마트 스터디 산하 브랜드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북미 구전동요 '아기상어(Baby Shark)'를 각색해 상어가족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이후 아기상어 노래는 유튜브에서 38억 뷰를 기록하면서 역대 유튜브 순위 5위권으로 진입했다. 2014년 700만 달러였던 회사 매출은 작년 4000만 달러를 넘어서 올해는 1억 달러를 넘보고 있다. 스마트 스터디는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의 아들인 김민석 대표가 지난 2010년 공동 창업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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