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이 투자한 아이온큐, MS에 퀀텀컴퓨팅 공급
입력 2019-11-05 11:22 
김정상 듀크대 교수(좌측)와 크리스토퍼 먼로 메릴랜드대 교수의 모습. [사진 제공 = 아이온큐]

삼성전자가 최근 투자한 양자컴퓨팅 관련 하드웨어 스타트업 '아이온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솔루션 '애저'(Azure)와 손잡고 '애저 퀀텀'이라는 솔루션을 내놓기로 했다. IBM이 양자컴퓨터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이에 뒤질세라 역시 그 흐름에 뛰어든 것이다. 아이온큐는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토퍼 먼로 메릴랜드대 교수가 2016년 공동 설립한 회사로 전기의 성질을 띤 입자 '이온'을 전기장에 잡아둔 뒤 하나의 이온을 이진법으로 인식시키는 '이온트랩' 기술을 통해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회사 중 하나다.
4일(현지시간) 아이온큐는 보도자료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연례 '이그나이트' 컨퍼런스를 통해 애저 퀀텀의 소식을 오늘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애저 퀀텀'은 아이온큐가 만드는 퀀텀컴퓨터를 활용해 만들어 지는 오픈 클라우드 생태계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마존 출신의 피터 챕먼 아이온큐 CEO는 "곳곳에서 양자 기반 컴퓨팅 방식에 대한 흥분된 목소리들을 접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네트워크를 통해 양자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확장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퀀텀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타 슈보어 제네럴매니저는 "아이온큐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퀀텀컴퓨팅에 있어서 독특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이번 제휴를 통해 '애저 퀀텀'은 월드클래스의 양자컴퓨팅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협업해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아이온큐는 최근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가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삼성캐털리스트펀드'와 아랍에미레트의 '무바달라캐피털'로부터 5500만달러(약 64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SSIC 사장은 이날 투자를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터 기술은 현재 초기 단계지만 트랜지스터, 레이저, 휴대폰처럼 삶의 일상을 확 바꾼 혁신기술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신약, 인공지능(AI), 획기적인 신재료 등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최근 삼성전자의 SSIC 사업장을 방문해 손 사장과 함께 직원들에게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델라 CEO는 삼성전자의 다양한 임원들과 교류를 통해 양자간 협력의 가능성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이온큐는 약 10년 전 개발된 '원자 시계' (Atomic Clock) 기술을 활용해 매우 작은 크기로 양자컴퓨터를 제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는 스티트업이다. 현재 양자컴퓨터들은 매우 낮은 온도의 환경을 오랫동안 유지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아이온큐가 지향하고 있는 기술이 완성되기만 한다면 냉장고나 주변환경 차단을 위한 대형 장치들이 필요없이도 양자컴퓨팅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손목시계나 스마트폰, 노트북 같은 제품에 지금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배는 빠른 칩들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기술개발 과정에 있어서 삼성전자의 초소형화에 대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앨런 채프먼 아이온큐 CEO는 올해 초 포츈매거진과의 통화에서 "원자시계를 하나의 칩 안에 넣을 수 있다면, 이온트랩 역시 그 정도 크기로 당연히 줄일 수 있다"며 "우리는 단지 지금 양자컴퓨팅으로 가동되는 노트북에 대한 주문을 받고 있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CEO로 올 초 영입된 앨런 채프먼은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구독서비스 '프라임'의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일하다가 합류했다. 포츈매거진에 따르면 프랜시스 호 삼성캐털리스트펀드의 부회장은 '무어의 법칙'을 언급하면서 퀀텀컴퓨팅 칩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크기가 작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한 목표를 잡아두고 끊임없이 칩을 '소형화'시키는 것은 삼성전자가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에 이미 양자컴퓨터 기술을 적용하고 있을 정도로 앞서나가고 있는 IBM 등을 삼성전자가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들이 크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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