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내구제대출·작업대출…신종 불법대출도 성행
입력 2019-11-04 17:49 
◆ 법정최고금리 인하의 역설 ◆
자영업자 김 모씨(52)는 최근 A저축은행 이름으로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준다는 문자를 한 통 받았다. 기존 대출을 낮은 금리로 바꿔준다는 말에 솔깃한 김씨는 문자에 첨부된 링크를 눌러 저축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잠시 뒤 A저축은행 직원에게 전화가 와 "기존 대출을 먼저 갚아야 하니 3000만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의심스러웠던 김씨는 A저축은행에 연락했으나 통화한 직원이 받자 안심하고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고 김씨는 3000만원을 사기당했다.
생활비 등으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노린 불법 대출이나 각종 금융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보이스피싱 사기는 1만9928건, 메신저피싱 사기는 2432건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21%, 271% 늘었다.
불법 업체는 특히 금융 이력이 없는 2030 청년과 주부를 노린다. 최근 대부업체가 문턱을 높이다보니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례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응답자 중 대부업 대출 거절 비율은 50.4%로 2016년 11.8%보다 증가했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된 20대 중 8.8%가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외에 성행하는 불법 대출 형태로는 '내구제대출(나를 구제하는 대출)'이 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할부 개통한 뒤 기기를 업자에게 넘겨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대출자는 할부금은 물론 통화료와 데이터 이용료 등을 부담해야 한다. 요금을 내다보면 또 돈이 부족해 대출을 받기 십상이다. 업자에게 넘긴 휴대전화가 '대포폰'으로 사용될 우려도 있다.
이른바 '작업대출'도 서민들을 꼬인다. 작업대출은 신용등급과 소득 등을 조작해 대출을 받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작업대출' '내구제대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십만 개에 이르는 광고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불법 대부업 광고 신고는 5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8건)보다 26% 증가했다.
이 같은 신종 불법 대출은 여러 형태로 변화하면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내구제대출만 해도 불법 사금융업체 영업을 처벌하는 대부업법으로 관할하기 어렵다. 업계에선 이를 신종 대출의 한 형태로 분류하지만 정작 대부업법으론 처벌하기 어렵다. 대신 방송통신위원회가 신종 불법 대출 광고를 제한할 수는 있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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