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 씨(39)는 최근 보험사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담당 보험설계사가 이탈해 '고아계약'이 됐다는 안내였다. 불과 6~7개월 전 고아계약 때문에 전화를 받았던 터라 어리둥절했다. 정씨의 경우 최근 2년 동안 4번이나 보험계약 관리 담당이 바뀌었다.
고아계약이란 보험계약을 모집한 보험설계사가 이직이나 퇴직 등으로 계약자 관리가 되지 않는 계약을 말한다. 해당 계약자를 고아고객 또는 미아고객이라고 부른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중 13개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은 생명보험사 기준 37.2%로 나타났다. 1년 전 신규 등록한 보험설계사 중 1년이 지난 후에도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10명 중 4명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올해뿐만 아니라 매년 반복이다.
이렇다보니 담당 설계사가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계사등록정착률에 비례해 보험계약 10건 중 4건꼴로 고아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보헙가입자 몫이다. 정씨의 경우 담당 설계사가 없어 필요할 때 보장 내용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 가입한 종신보험에 따라 치아파절에 따른 보험금 60만원을 못 받을 뻔한 것.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3년)가 지나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었는데 가까스로 모면했다. 정씨는 손가락뼈가 골절된 적도 있지만 보험금 소멸시효가 지나 골절에 따른 진단금 30만원을 놓친 경험도 있다. 담당 설계사가 꾸준히 관리를 해줬다면 찾을 수 있는 보험금이었다.
최모 씨(62)의 경우도 대장 내시경 검사 때 용종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는데 이에 따른 수출비가 가입한 종신보험에서 지원되는지 여부조차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최씨는 매월 25만원씩 15년 동안 총 4500만원을 종신보험에 불입했는데 전혀 관리를 받지 못한 것이다.
보험사들 역시 이런 점을 인식하고 보험금 찾아주기 등과 같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캠페인 목적보다는 추가 보험 상품 안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다보니 기존 보험계약자들 사이에 캠페인에 대한 인식이 터부시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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