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영업 빚 60%가 `다중채무`
입력 2019-11-03 17:50  | 수정 2019-11-03 23:54
◆ 다중채무에 짓눌린 자영업 ◆
서울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김인영 씨(가명). 일본인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해 빚을 내서 점포를 넓혔다가 한일 무역분쟁 여파로 자금난에 허덕이게 됐다.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내는 상황이 거듭되면서 처음 은행에서 받았던 사업자대출 외에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까지 손을 댔다. 김씨는 "현금서비스를 갚기 위해 제2금융권을 찾았다. 이제는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빚더미가 자영업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60%가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에 해당하고, 부채 규모가 무려 408조원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영업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빚은 빠른 속도로 늘어 자영업자들의 신용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개인신용평가회사(CB)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부채는 올해 2분기 40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에 비해 40조7000억원(11.1%) 늘어난 수치다.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의 빚이 400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자영업자 총대출금액은 총 70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감안하면 전체 대출의 57.9%가 다중채무자 대출이라는 뜻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안팎 늘어난 숫자다.

총대출은 개인사업자대출 외에 자영업자가 별도로 받은 가계대출까지 합한 금액을 말한다.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올해 2분기 기준 102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만3000명(7.7%) 늘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전체 자영업자는 202만5000명이다. 다중채무자 비중이 절반이 넘는 50.7%에 달하는 것이다.
자영업자는 한국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된다. 자영업자 상당수가 직장에서 은퇴한 고령자에 해당하고, 외식산업 종사자가 많아 경기 둔화의 충격에도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외식산업의 지난해 폐업률은 23.8%로, 전 산업 평균인 13.2%의 2배에 가깝다.
자영업자이면서 다중채무자라면 빚을 '돌려막는' 사례가 많아 신용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한계점에 다다른 경우로 분류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다중채무자 가운데 유리한 금리를 제공받는 사례는 거의 없고 대부분 제2금융권 대출이 섞여 있어 금리 부담이 높다"며 "전반적인 경기 상황과 맞물려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어 자칫 대규모 금융 부실을 촉발하는 불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승진 기자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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