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자책 독자는 밤 10시에 책을 읽는다
입력 2019-11-03 13:16  | 수정 2019-11-03 13:41

책을 읽는 시간은 누구나 제각각이다. 학생들은 방과 후 도서관에 틀어박히고, 직장인은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읽는다. 이 시간을 측정할 방법은 없었다. 전자책이 우리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는.
월 9900원에 약 5만권의 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전자책 구독모델 밀리의서재의 빅데이터를 통해 이 나만의 시간을 들여다봤다. 이 서비스의 약 100만 구독자(역대 누적 유·무료 가입자수)가 가장 활발하게 독서를 하는 시간은 밤 10시었고, 뒤를 이어 11시, 오후 4시, 오후 3시, 밤 12시 순이었다. 밤부터 자정사이의 시간에 독서인구가 가장 많았고, 점심 시간인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꾸준히 독서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한달간 베스트셀러를 집계해본 결과도 오프라인·온라인 서점과 확연히 달랐다. 1위는 영화 개봉이나 예능 출연 등의 '외부 효과'가 없었던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었다. 2위에는 150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가 올랐다. 3~5위는 중국 심리학자 류쉬안의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있을 줄이야',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 김진명 소설 '직지'가 나란히 올랐다. 상위권에 소설과 인문서, 자기계발서가 골고루 분포했다.
6~8위에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진민영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가 차례로 올랐다. 9위는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에세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 문학 장르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이국종의 '골든아워1'은 10위를 기록했다. 대중적인 작가의 베스트셀러 외에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주목받지 못한 책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었다. 30위권에 오른 14권의 책은 같은 기간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50위권 바깥에 있는 책이었다.

전자책이 서점의 매출을 잡아먹는다는 우려가 있지만,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잠재적 독서 인구를 늘려준다는 증거도 있었다. 밀리의서재가 사용자 750명을 대상으로 10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70%의 이용자들이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발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약 25%의 이용자들은 '밀리의서재에서 전자책을 접한 뒤 실제 종이책을 구매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솜이 밀리의서재 매니저는 "전자책 서비스는 책을 읽지 않는 인구도 잠재적 독서 인구로 편입시키는 순기능이 일부 있어 기존 출판시장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밀리의서재 사용자 1명 당 한달 평균 이용 회수는 10~15회 정도로 집계됐고, 한번 접속 시 평균 체류시간은 45분 정도였다. 멀티태스킹이 쉬운 환경에서도 평균 독서 시간은 그리 짧지 않은 편이었다. 오프라인·온라인 서점과 성연령별 이용 분포도 달랐다. 교보문고의 지난해 구매자 중 남성은 39.5%, 여성은 60.5%였던 반면, 밀리의서재는 남성 47.5%, 여성 52.5%로 비교적 남성 독자 수가 많았다. 교보문고가 40대(30.9%), 30대(28.8%), 20대(22.1%)의 순으로 구매자가 많은 데 비해, 밀리의서재는 20대가 40%, 30대가 37%로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독자층을 차지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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