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벌크 액상 용액에 향료를 넣으면 시중 가격의 3분의 1수준으로 전자담배 액상을 똑같이 만들 수 있습니다."
전자담배 액상을 스스로 제조하는 일명 '김장' 영상이 유튜브 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상에서 유통되고 있다. 대용량 용액을 구매해 향을 입히는 방식으로, 시중대비 저렴한 가격에 만들 수 있어 인기다. 그러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소비자들은 연기를 흡입하는 베이핑(Vaping) 행위를 더욱 즐기기 위해 액상을 스스로 제조한다. 대부분 식물성 글리세린(VG)에 프로필렌글리콜(PG)과 과일향료 등을 넣어 만든다. 제조하는 과정이 김장과 닮았다는 뜻에서 별칭이 붙었다.
일부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의 액상 카트리지 '팟'의 공제품을 판매한다. 유저들은 이를 '공팟'이라고 부른다. 공팟에 스스로 제조한 액상을 넣으면 쥴 기기로 연기를 흡입할 수 있다. 공팟의 가격은 2000원대부터 1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안정성은 취약하다. 일반 정품 전자담배 액상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화학물질 검사인 MSDS와 기체테스트 등을 거친 제품들이다. 그러나 스스로 액상을 제조할 시 발생할 수 있는 화학 반응과 유해물질 등에 대한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액상 전자담배로 인해 1479건의 폐질환 사례와 33건의 사망이 확인됐다. 이 중 대부분이 대마초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과 이를 희석하는 비타민E아세테히트 등을 흡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THC는 길거리나 불법 판매상을 통해 유통된다. 상황이 일파만파 커지자 미국 액상 전자담배 대표 브랜드 쥴랩스 측은 "제품에는 THC, 대마초에서 추출된 어떠한 화학성분이나 비타민E 화합물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액상 전자담배로 인해 폐질환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정품 액상 카트리지가 아닌 직접 주입한 물질을 흡입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액상 전자담배 사용중단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과 면세점 등에서 쥴 3종과 KT&G 1종 등의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다. 액상 전자담배에 대한 1차 검사 결과는 이달 발표될 계획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불법 액상 전자담배 제조 영상에 대한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아 국민 건강 보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장은 "액상을 스스로 제조하는 김장은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아 근절돼야 하는 행위"라며 "협회 차원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과 함께 전자담배 유저들을 대상으로 김장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실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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