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1월 1일 뉴스초점-벼락치기 법안 발의 '공천 점수 따기'
입력 2019-11-01 20:07  | 수정 2019-11-01 20:42
'분치기', '초치기'라는 말 기억나십니까. 단 1점이라도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 5분, 10분 전에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걸 말하죠.

지금 우리 국회가 딱 이렇습니다. 평소 한산하던 국회 의안과가 요 며칠 북새통을 이뤘거든요. 의원들이 갑자기 법안을 벼락치기로 쏟아낸 겁니다.

특히 지난 23일부터 어제까지 여당 의원들이 낸 법안은 무려 370여 건. 며칠 새 10건 넘게 발의한 의원 5명을 포함해 하루에만 법안 20건을 발의한 의원도 있습니다. 본인이 뭘 발의했나 다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요.

대표 발의를 한 의원들은 다른 의원실에 공동발의를 해 달라며 법안 품앗이 부탁도 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하거든요. 법안 내용도 아니고 단순한 양으로 의정활동을 평가한다니, 평가지표 마지막 날인 어제까지 어떻게든 법안을 많이 만들어 낸 겁니다.

이렇게 부랴부랴 낸 법안들, 제대로나 만들었을까요. 실제로 뭔가 부실한 법안이 많았습니다. 숫자 한 개, 조항 한 개 슬쩍 고쳐서 새 법안처럼 다시 발의하거나, 개수를 채우려고 서너 개씩 발의했지만, 뜯어보면 내용은 다 똑같은 식입니다. 어떤 의원은 마음이 너무 급했는지 항공기를 '한공기'로 쓰고도 틀린 것도 모른 채 국회에 내고야 말았죠.

부실한 건 둘째 치고, 이런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수나 있을까요. 회기 마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도, 시급을 다투는 민생법안이 만 개가 넘거든요. 벼락치기 법안 발의로 본인들 점수는 딸 수 있겠죠. 하지만 법이 필요한 이유는 '국회의원의 공천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작 필요한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본인들 공천을 위해서는 발 벗고 뛰어다니니, 이런 게 요샛말로 웃기면서도 슬프다고 하는 거겠죠. 정말 월급이 아까운 국회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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