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전환 앞두고…`판교 임대 재테크` 줄섰다
입력 2019-11-01 17:35 
최근 분양전환을 시작한 판교 공공임대아파트 산운9단지. [사진 = 연합뉴스]
"세입자분들이 (집값이) 부담되다 보니 빨리 처분하려고 내놔서 시세보다 싸게 나왔어요. (분양전환된) 임대 물량이 빨리 소진되고 있으니 결정을 서두르시는 게 좋아요."
최근 경기도 성남 판교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전환이 완료된 매물이 나오면 알려 달라는 대기자만 10여 명 된다"면서 "10년 동안 '임대'로 묶여 있던 매물이 나오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에 10년간 임대로 묶여 있던 공공임대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판교에만 공공임대아파트 약 5000가구가 분양전환된다. '직주근접' 선호 지역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판교에서 시장에 잠겨 있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셈이라 관심이 뜨겁다. 게다가 임대 물량 대다수는 판교역 근처 입지가 좋은 아파트여서 매물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임대 기간이 종료된 산운8단지(371가구)를 시작으로 산운9·11단지, 봇들3단지, 백현2·8단지 등 5000여 가구의 분양전환이 시작됐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정부가 시세보다 싸게 임대해주고 10년 후 입주민들에게 우선분양권을 주는 아파트다. 부영·대방 등 민간건설사와 LH는 10년 전 판교에 공공임대 5000여 가구를 공급했는데, 그 물량이 올해부터 분양전환을 시작했다.
부영(광영토건)이 공급한 산운8단지는 지난 7월부터 분양전환을 마친 매물이 시장에 나와 거래가 활발하다. 이 아파트 59㎡는 9월 5억1000만원, 6억9000만원에 실거래됐고 지난달에는 7억4000만원에 팔렸다. 81㎡도 지난달 23일 8억75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3개월간 총 15건이 실거래됐다. 산운8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실거래시스템에 기록된 수치로 아직 실거래 등록이 안 된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 거래는 이보다 더 많다"며 "공공임대아파트였어도 판교에서 워낙 아파트가 귀해 매물이 빨리 소진되고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했다.
대방건설이 공급한 산운9단지 59㎡는 지난달 16·17일 총 2건이 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옆 단지인 산운10단지의 같은 평수가 8억5000만원에 실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2억원가량이 저렴하다. 이 공인중개사는 "분양전환된 임대아파트 호가가 올라가고 있더라도 인근 민간아파트에 비해서는 최소 2000만~3000만원은 싸기 때문에 판교 아파트를 구입할 것이라면 임대 매물을 잡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임대가 종료된 봇들마을, 이달 종료되는 백현마을은 상권과 인프라스트럭처가 발달한 동판교에 있어 큰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일부 단지에서 세입자들이 분양전환가격이 비싸다며 전환을 거부해 예정보다 분양전환이 1~2년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임대 사업 주체인 건설사와 정부는 현 시세와 비슷한 수준의 감정평가 금액에 근거해 분양전환가를 책정하는데, 세입자들은 "10년 새 판교 집값이 너무 올라 감당할 수 없다"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원마을12단지도 감정평가 금액이 나왔지만 세입자들이 거부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는 "분양전환 기간이 내년 9월까지인데, 그때까지 판교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정부와 협상하며 지켜보고 있는 세입자가 많다"고 했다. 공공주택특별법상 세입자는 분양전환을 통보받은 후 1년 내 분양전환을 완료해야 한다. 또한 세입자가 분양전환을 통보받은 후 6개월 이상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으면 공공주택사업자는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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