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세페 첫날 손님들 여전히 시큰둥…"매장서 옷만 입어보고 온라인行"
입력 2019-11-01 15:27  | 수정 2019-11-01 16:27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막을 올린 1일 한 백화점의 패션 매장 모습

"코리아세일페스타요?"
1일 서울 도심에 위치한 한 아웃렛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오모(42)씨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아냐고 묻자 이같이 되물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추구하는 국내 최대 쇼핑 축제라고 설명해줘도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신 "매장에도 그냥 옷 사이즈 확인차 들렀을 뿐"이라며 "같은 옷을 더 싸게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알아뒀는데, 코리아세일페스타라니 더 할인해주는지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는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꽤 몰려왔다. 주말을 앞둔 이날 이들의 발걸음은 식음료 매장이나 식당가 외에도 패션·생활용품 매장으로 향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참여 기업'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간혹 눈에 띄었으나 손님이 몰리는 곳은 백화점 '브랜드데이' 참여 상품이나 최대 50% 할인을 해주는 특보상품들이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급히 참여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사은 행사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할인품목이나 할인율은 입점 브랜드별로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규모 세일 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첫날을 맞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이를 잘 모르는 분위기다. 연말이 가까워지자 백화점·아웃렛·마트·편의점 등 유통업체별로 할인 행사를 벌이는 정도로만 아는 듯했다. 11월에 열리는 중국의 광군제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비해 소비자들 사이 주목도가 여전히 떨어졌다.
물론 올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뿐 아니라 온라인 업체들도 처음 참여해 온라인 상에서는 회자가 되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1020 세대들의 관심에 힘입어 일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유통업체별 특별 이벤트가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한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막을 올린 1일 한 백화점의 모습
그러나 이같은 업체별 이벤트와 코세페를 연결짓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유통업체들은 억단위 할인 쿠폰을 내세워 고객몰이에 나설 뿐 코세페를 알리는 것에는 뒷전이다.
2015년부터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코세페이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할인폭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의 광군제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는 50% 할인은 기본, 90% 할인 상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고가의 가전제품의 경우 미국과 중국 행사에서는 30~40% 싸게 살 수 있어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상당수다.
우리나라에선 애당초 코세페 기간 큰 폭의 할인율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특히 백화점이 그렇다. 국내 백화점들의 영업 방식이 해외와는 확연히 달라서다. 일례로 코세페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백화점들이 직매입한 제품을 재고 소진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행사다. 따라서 유통업체가 직접 재고 부담을 지기 때문에 얼마든지 큰 폭의 할인이 가능하다.
국내 백화점들의 영업방식은 판매 장소를 제조업체 등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부동산업과 비슷한 영업방식을 취한다. 즉, 직매입 방식이 아니라 판매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보니 국내 백화점이 자체적으로 할인을 할 여지가 크지 않다. 그래서 코세페가 처음 실시된 때부터 국내 유통환경과는 잘 맞지 않다란 지적이 계속 있어 왔다.
올해 같은 경우 백화점들은 아예 코세페 불참 선언을 하려고도 했다. 그나마 코세페 체면을 살려줬던 백화점들이 불참까지 고려했던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세일 행사와 관련된 판촉비 부담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백화점들은 일단 코세페 참여를 했다. 참여는 했지만, 코세페를 위한 할인은 정작 없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각 사별로 온라인 할인 행사나 이벤트에 힘쓰고 있다"면서도 "코세페가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로 거듭나려면 입점업체나 제조업체 주도로 할인 행사가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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