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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SKT-카카오 주식스왑, 어김없이 등장한 CS
입력 2019-11-01 11:10  | 수정 2019-11-11 14:14

[본 기사는 10월 30일(10:2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교환(주식스왑)을 바라보는 투자은행(IB) 업계의 시선은 어떨까. 시장참여자들은 SK그룹과 크레디트스위스(CS)의 끈끈한 관계에 다시 한 번 주목하고 있다. CS가 이번 거래의 자문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3000억원어치 자기 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의 주식 217만7401주를 약 3000억원에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갖게 되며,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게 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다음달 5일이다.
SK텔레콤은 CS의 자문을 받아 이번 딜을 진행했다. 거래 상대방인 카카오는 별도의 자문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앞서 넥슨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을 때도 별도의 자문사 없이 검토를 한 바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 자본시장 이해도가 높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어서 IB를 고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CS가 SK 측 자문사로 참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의 주도 하에 이뤄지는 주식스왑은 딱히 자문 업무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다. SK텔레콤이 CS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이름을 올려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인수·합병(M&A) 부문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로이터 리그테이블'엔 주식스왑 거래도 함께 포함된다"며 "SK그룹 입장에서 그동안 많은 거래를 함께한 CS를 챙겨줄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CS는 지난 3분기까지 5조 5793억원 규모의 경영권 M&A를 자문하며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삼일PwC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선두권을 굳건히 만든 거래의 상당수는 SK그룹과 관련이 있었다. CS는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SKC의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 인수 자문과 PO사업부 지분 매각(5555억원) 업무를 동시에 성사시켰다. SK(주)가 참여한 베트남 빈그룹 지분매각(1조1923억원)을 주도하기도 했다.
CS와 SK그룹의 각별한 관계는 부채자본시장(DCM)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BNP파리바와 함께 SK하이닉스가 발행한 외화채권 주간사로 참여한 것. 12년 만에 SK하이닉스가 외화 조달을 재개하는 것이어서 글로벌 IB들의 관심은 각별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CS가 발탁된 사실에 '이례적'이란 평가를 내놨다. 국내에서 한국물(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외화채권)을 주간하는 글로벌 증권사는 약 30곳이다. 그 중에서 CS는 최근 3년 동안 10위권 초중반 정도를 줄곧 유지해왔다. HSBC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UBS 등 한국물 시장 강자들을 제치고 SK하이닉스 딜을 따낸 셈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이천기 한국총괄대표의 최우선 고객 순위를 나열하면 'SK(주)'와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단연 첫 번째일 것"이라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IB를 두루두루 만나며 관리할 필요도 있지만, SK그룹의 자본시장 비즈니스만큼은 CS가 꽉 잡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재 CS는 SKC코오롱PI 경영권과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338곳에 대한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연내 거래(납입)를 마칠 경우 리그테이블 자문 액수에서 SK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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