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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간 `시설투자` 제로 히어로즈, 경영진만 배불러
입력 2019-10-31 14:45  | 수정 2019-10-31 15:01
키움 히어로즈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불투명한 구단 경영은 달라진 게 없다.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중심에 서 있다. 올해부터 경기도 고양시로 옮긴 2군에 대한 열악한 환경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와 더불어 퇴임한 대표이사의 연봉인상과 ‘야구계의 금지어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옥중경영이 사실로 드러났다. 구단 고위임원들이 이윤을 남기는 사이 결국 선수들만 손해를 보는 모양새다.
2008년 팀 창단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설투자에 단 한 푼도 쓰지 않은 구단이 히어로즈다. 전용 훈련장은 물론 선수단 전용 숙소와 식당도 없다. 동가숙 서가식 하는 유랑구단이다.
히어로즈 구단은 태생적으로 프로구단으로서는 불완전체였다. 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현대 유니콘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센테니얼 인베스먼트라는 회사가 프로야구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부터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생소한 네이밍 마케팅을 제시했다.
구단 운영 초반인 2008~2009시즌은 암울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가입금도 분할 지급하기로 했지만, 시일을 못 맞췄다. 급기야 간판 선수들의 트레이드를 시도하다가 KBO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트레이드 승인이 났지만, 선수 팔아서 연명하는 구단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히어로즈의 이미지가 바뀐 건 2013시즌부터다. 음지에서 묵묵히 땀을 흘린 선수들이 빛을 발하면서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됐다. 2014년에는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해 돌풍에 이어 올해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박병호와 서건창 등 히어로즈의 전성기 출발 선상에 있었던 간판 선수들과 함께 히어로즈와 함께 성장한 조상우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히어로즈가 가을야구 단골 손님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장석 전 대표도 머니볼로 유명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에 빗대 ‘빌리 장석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빌리 빈이 아니었다. 구단은 자신의 배를 불리는 수단에 불과했다. 구단의 가치는 커졌고, 선수 육성에 대한 시스템도 갖췄지만, 선수단 투자는 인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니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창단 뒤 12년 동안 히어로즈의 첫 외부 FA는 2012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외야수 이택근이다. 당시 4년 총액 50억원의 조건으로 LG트윈스에서 데려왔다. 하지만 이택근은 현대-히어로즈에 몸담았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다. 2009시즌이 끝난 뒤 LG로 트레이드됐다. LG에 몸담았던 시간은 불과 2시즌 뿐이었다.
이후에도 히어로즈는 자팀 내부 FA도 잘 잡지 않고, 외부 FA는 영입하지 않는 팀이 됐다. 이택근 영입이 유일무이한 외부영입으로 남아있다. 물론 FA를 영입하지 않는다고 투자에 인색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그 빈 자리를 젊은 선수들이 채우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났다. 오히려 선진적인 시스템을 제시했다고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그러나 가치가 올라간 선수가 현금화 수단이 된 것도 사실이다. FA 유출 선수들에 대해 히어로즈는 유독 보상 선수보다는 보상금을 선호해왔다. 최근 있었던 2차 드래프트에서는 보낸 선수들 뿐이었다. 2차 드래프트 지명을 포기했던 히어로즈다.
열악한 2군 시설도 오늘 얘기가 아니다. 과거에도 저렴한 가격에 전남 강진베이스볼파크를 사용한 적이 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도 어려운 오지였고, 식단도 부실했다. 당시 2군행을 통보받은 선수들은 귀양간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 화성으로 2군이 옮겼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고양으로 이전했다. 역시 더욱 좋은 조건에 2군 본거지를 옮기면서도 자체 투자는 없었다. 그냥 계약기간이 끝나면 가성비 좋은 곳으로 옮기면 됐기 때문이다. 대다수 구단이 자체적으로 2군 훈련장을 보유하고, 2군에 투자를 함에도, 히어로즈는 소극적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좋은 선수들이 툭툭 튀어나온 것도 이유 중 하나일 테다.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긴 2016년 히어로즈는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 189억8300만원, 영업이익 201억8600만원을 달성했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이적에 따른 포스팅 금액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그러나 이를 선수단 미래에 투자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지난해 프로야구를 뒤흔든 스캔들 중 하나가 바로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뒷돈 스캔들'이다. 그 동안 히어로즈가 대상이었던 트레이드건에 현금이 끼어있지 않다고 발표해놓고 뒤로는 돈이 오갔다. 히어로즈 선수를 매물로 삼은 기존 구단의 도덕성 문제도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를 주도한 히어로즈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특히 이미 횡령과 배임으로 감옥살이 중인 이장석 전 대표가 착복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번에는 이장석 전 대표의 측근인 박준상 대표이사가 큰 폭의 연봉인상이 된 뒤 관뒀다. 구단 자문 변호사에게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문료가 지급됐다. 2군 선수들은 더욱 열악해진 환경에서 새로 이사회 의장으로 온 이의 너클볼을 받고, 쳐야됐다. 히어로즈는 임원이 유독 많은 프로구단이라 기형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야구계 일부에서는 구단의 미래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듯한 임원들의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가 있다. 히어로즈 사정을 잘 아는 야구인은 "결국 선수들만 손해를 보는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KBO리그 미래 스타들의 산실이라는 스포트라이트에 특혜를 노리는 임원이라는 그림자가 혼재된 곳이 히어로즈다. 이번 히어로즈발 이슈의 핵심이 그렇다. 선수들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안위부터 생각하는 무리들 말이다. 그런 이들이 구단을 경영하고 있는 한 히어로즈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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