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모친인 강한옥 여사 발인일인 오늘(31일) 부산 남천성당은 안팎으로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청와대는 신자들의 장례미사 참석을 허용하기로 하고 오전 9시쯤부터 출입 인원 확인에 나섰습니다.
성당 정문에 배치된 청와대 경호원 대여섯명도 성당 관계자들과 함께 '주교좌 남천성당 선교합시다'라고 적힌 옅은 보라색 어깨띠를 둘렀습니다.
부산교구가 보낸 신부들은 교대로 현장에 나와 "사제가 영성체 때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실 때 뭐라고 하십니까?"라는 등 퀴즈를 내며 신자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신자 확인과 출입 안내는 장례미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신자들은 정문 옆으로 줄을 선 상태로 경호원 안내를 받으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러 성당 내부로 향했습니다.
장례미사 시작과 함께 출입이 금지되자 본인이 신자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손삼석 요셉 천주교 부산교구장이 집전한 장례미사는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아들 준용 씨 등 가족·친지, 천주교 신자 등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25분 시작했습니다.
정치권 인사 등 주요 인사들도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에 걸쳐 차례로 남천성당에 입장,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민주당 조정식·이인영·윤호중 의원을 시작으로 송기인 신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노영민·정의용·강기정 의원,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오거돈 부산시장, 문희상 국회의장, 정세균·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이기우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이 장례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장례미사는 고인이 숨진 지 사흘째 되는 날 고인을 하느님께 맡긴다는 의미로 하는 미사입니다.
가톨릭 장례절차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가장 장엄한 예식이기도 합니다.
이날 장례미사는 40분가량 가톨릭 장례미사 절차대로 진행됐습니다.
장례미사를 본 부산 시민사회 단체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담담하지만 비통한 표정이었다"면서 "그냥 어머니가 아니고 민주화 운동의 동지를 잃은 마음도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입술을 앙다무시고 담담한 신색 유지하시려 하셨는데 이 모습에서 더 안타까웠다"면서 "송기인 신부께서 고 강한옥 여사의 삶의 단면을 전해주셨는데 ' 지혜롭고 유머 감각이 있고 간결하신 분'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송 신부께서 얼마 전 강한옥 여사님과 통화를 했는데 강 여사님이 스스로 '미스강 입니다'라며 유머를 하셨다고 한다"면서 "장례미사를 많이 참석해 눈물이 말라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마음이 너무 찡하고 눈물이 흘렸다"고 전했습니다.
60대 또 다른 참석자도 "화환도 없었고 간소하고 조용하게 온화하게 진행됐다"면서 "강 여사는 세속에서 프란치스코로서 수도자의 삶을 사신 분이다. 결혼하신 수도자로서 수도자의 발자취를 따라 사신 분이다. 많이 애도했고 눈물이 났다"고 밝혔습니다.
장례미사가 끝난 뒤 문 대통령 장남 준용 씨가 영정을 들고 앞장서 운구 차량으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눈물을 참았던 문 대통령은 결국 운구 차량을 보고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두 번 닦았습니다.
운구 행렬은 오전 11시 22분에 출발했고, 장례미사 참석자들은 운구 행렬이 성당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정문 인근 계단에 선 채 손을 흔들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장례미사에 참석하지 못해 성당 정문 주변 보행로와 갓길에 서 있던 신도와 시민들도 한마음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습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등 유족은 경남 양산 하늘공원에 고인을 안장합니다.
이곳은 1978년 별세한 문 대통령 부친이 안장된 곳이기도 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