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탓에 한국인을 단원으로 둔 미국 명문 이스트먼 음대 오케스트라 이스트먼 필하모니아가 12월 중국 투어 공연을 미루는 일이 벌어졌다. 자말 로시 이스트먼음대 학장은 "중국 투어 공연에 모든 단원이 참석할 수 있을 때까지 공연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스트먼 필하모니아는 오는 12월 30일~내년 1월 8일에 걸쳐 상하이와 항저우 등 중국 8개 도시를 돌며 공연할 예정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중국이 이스트먼 필하모니아 소속 한국인 학생 단원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 앞서 로시 학장은 지난 25일 "9월 말 중국 측에서 '한국인 오케스트라 학생 단원 3명은 중국 입국 비자를 받을 수 없다고 알려왔다"면서 "지난 2016년 한국 내 미국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배치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한국인 예술가들이 중국에서 공연하는 것을 막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중국 입국 비자를 위해 워싱턴 DC정치권과 뉴욕주재 중국 영사관을 통해 2주나 방법을 찾아봤지만 허사였다"고 덧붙였다. 2016년 사드 배치 사태로 한한령이 나온 후 2017년 2월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중국 비자를 받지 못해 광저우·베이징·상하이 공연을 취소하는 등 한국 연예인의 중국 드라마·영화 출연, 콘서트 활동이 줄줄이 취소된 바 있다.
자말 로시 이스트먼음대 학장. [출처 = 이스트먼 음대]
다만 로시 학장이 이번에 아예 공연을 미루기로 한 건 지난 25일 "이스트먼 필하모니아는 한국인 단원 셋은 남겨두고 중국 투어를 가기로 했다"고 한 결정이 파장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25일 학장은 "첫 해외 투어 공연인데 공연을 두 달 전에 취소하면 중국 내 우리 음대 명성이 나빠져 교수진이나 단원들의 (중국 내)채용·공연 기회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며 "한국 학생 3명과 만나 그간 사정을 설명했고, 그들은 자신들이 못가도 투어 공연은 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 학생 배제 소식에 대해 '바이올리니스트닷컴'에는 "(한국인은 두고 가기로 한)로시 학장의 결정은 비겁하다. 학장은 당장 사퇴하고 다른 단원들은 예술가가 될 것인지 체스 판의 체스처럼 남들에게 조종당하고 싶은지 결정하라"는 식의 힐난이 이어졌다. 이스트먼 음대 학생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인은 두고 가기로 한)로시 학장 결정은 교내 '차별 금지 정책'을 어긴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로시 학장의 한국인 배제 결정을 압박했다. 이스트먼 음대는 줄리어드·커티스와 함께 미국 명문 음대로 통한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