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30일로 1년이 됐지만, 징용피해자를 부린 일본 기업은 아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하자 일본제철(日本製鐵, 닛폰세이테쓰)은 "1965년 일한 청구권협정에 기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같으며 (일본) 정부와 협력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두 기업의 표현에는 차이가 있으나 결국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으며 대법원판결이 협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 같은 생각이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징용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이 애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런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식민지 지배와 징용 등의 역사적·구조적 책임은 일차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으나 징용 피해자가 제기한 민사 재판에서는 제3자에 해당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방패로 삼아 일본 기업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비용 부담의 최소화라는 관점에 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입니다.
확정판결에 따라 배상금을 지급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지연 손해금이 가산되므로 일본 기업이 피해자에게 줘야 하는 금액이 늘어납니다.
배상금 지급을 거부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강제 매각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이행하면 이 과정에서 부수적인 비용 혹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본 기업은 회계상의 손해를 약간 감수하더라도 일본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 전체적으로 자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압나다.
하지만 일본 기업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는 동안 사회적 평판 저하 등 무형의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본제철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 징용 피해자를 부린 기업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답하기도 했습니다.
금전 지급 여부와 별개로 징용 피해자가 겪은 인권 침해와 고통에 대해 사죄의 뜻을 표명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일본제철은 "당시의 일본제철은 우리 회사와는 별개의 회사였다"며 패전 이전에 존재했던 일본제철에 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반응했습니다.
앞서 서울고법은 징용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구 일본제철과 피고(신일철주금)는 그 실질에 있어서 동일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여 법적으로는 동일한 회사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고 대법원 역시 이런 판단을 인정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