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IMF구제금융의 역설…아르헨 대선, `포퓰리즘 부활의 축제`
입력 2019-10-28 11:47  | 수정 2019-10-28 13:02
아르헨티나 국기를 들고 포퓰리즘 진영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 당선을 선호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 중간에 `빈곤 해소`를 외치는 의미로 들린 칠레 깃발이 보인다.

'국가 디폴트' 위기에 놓인 아르헨티나에서 27일(현지시간) 포퓰리즘 부활의 축제가 열렸다. 아르헨티나 선거관리국(DINE)은 이날 오후 9시(현지시각) 좌파 포퓰리즘 진영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가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율 81%을 기록한 가운데 개표율 94% 기준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47.87% 표를 얻어 현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40.63%)을 따돌려 당선을 확정지었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1위 후보 득표율이 45%이면 당선이 확정된다. 이날 마크리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고 페르난데스 전 총리를 대통령 당선자로서 대통령궁 조찬 식사에 초청했다.
좌파 포퓰리즘 진영이자 중도좌파 연합 `모두의 전선(Frente de Todos)`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등에 업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가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개표율 94% 기준). [출처 = 아르헨티나 인포바에·선거관리국]
개표가 진행될수록 페르난데스 전 총리 득표율은 높아졌다. 마크리 대통령의 긴축 개혁에 3중고(高환율·실업·물가)를 겪는 시민들이 결국 다시 포퓰리즘으로 돌아선 결과다.
포퓰리즘 후보 당선 소식에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환호 속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선거관리국(DINE) 잠정 발표 이전부터 라디오10등 현지 방송은 페르난데스 전 총리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이 "지금 같은 배고픔과 가난이 끝날 것이며 새 시대가 온다"며 환호하는 가운데 마크리 대통령은 27일 트위터 등을 통해 '자제와 인내'를 주문했다. 새 대통령 임기는 오는 12월 10일 부터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28일 증시와 외환시장 개장을 앞두고 긴급 비상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티나 채권 투자자들에게 '대거 손실을 감수해야할 것'이라는 투자 주의보 메시지를 낸 바 있다.
27일(현지시간) 투표하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 [출처 = 트위터]
지난 5월 말 혜성같이 대선 주자로 등장한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락(rock) 음악 매니아이자 법대 교수 출신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집권기였던 2008년에 대통령의 포퓰리즘을 비판하며 총리 사직한 인물이었지만 '부패 스캔들'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집권 승리 전략 상 자신은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나가는 대신 대선 후보로 내세운 인물이다. 현재로서는 페르난데스 전 총리 스스로가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와 나의 의견은 같다"고 강조해왔다.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정치적으로는 '카멜레온'으로 통한다. 이번 대선에는 중도좌파 연합 '모두의 전선' 대표로 출마했고 정의당 소속이다. 그는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 시절인 2003~2008년 총리를 지낸 그는 1994년 총리직이 만들어진 이래 최장기 총리였다. 1980년대 군부정권 시절 정계 입문한 후 좌파 페로니즘 계열로 활동했다가 1990년대 자유시장주의를 옹호하는 듯했는데 2000년대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 시절 민간기업 국영화를 단행한 인물이라고 BBC 문도가 전했다.
현지 언론은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12월부터 아르헨티나 경제·외교 등 주요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좌파 포퓰리즘' 계열인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노선이 같기 때문에 '친(親)시장·기업가' 출신 현 마크리 대통령과 모든 정책이 정 반대일 것이라고 일간 라 나시온이 전했다. 페르난데스 전 홍리는 IMF 조건부차관 재협상과 채권 만기 연장, 재정(공교육,노인복지)확대를 주장한다. 또 최저임금 인상·부자세를 통한 소득주도 경제회복을 내세워왔고 셰일가스보다 내수용 석유화학(디젤·가솔린) 개발, 자국기업 우선 투자정책을 강조해왔다. 무역·외교 차원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 대신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에 친화적이며, 핑크타이드(남미 좌파 계열 정권 집권기)시절 만들어졌지만 최근 유명무실해진 우나수르(Unasur·남미국가연합) 재건에 힘쓸 것이라고 파히나12와 인포바에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셰일가스 매장량 1위 자원 부국이자 경제 규모도 남미 2위이지만, 빈곤율이 35%이고 인플레이션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악 경제 위기에 놓인 상태다. 중앙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넘어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산하 라틴아메리카·카리브경제위원회(CEPAL)는 아르헨티나 공공부채가 올해 이미 97.7%에 달했다고 추정한다.
지난 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조건부 구제금융(총 560억 여달러)을 받기로 했지만, 앞서 8월 예비대선 '파소(paso)'에서 이미 페르난데스 전 총리가 압승을 거두면서 포퓰리즘 부활이 예고된 후 IMF는 560억달러 중 440억달러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집행 계획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금융시장에서는 8월 예비 대선 이후 아르헨티나 디폴트 리스크 등 충격이 반영돼왔다. 다만 28일 개장 후 달러대비 페소화 가치가 60페소 선으로 추락하고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도 나온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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