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및 나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의약품이 대부분 나노 기술을 활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의 투자 대상은 아마 제약·바이오를 비롯해 나노 쪽이 주가 될 것이다."
안드레이 퓨티로브 러스나노(Rusnano) 바이오 투자총괄 매니저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러스나노는 연내 국내 투자사와 공동으로 1억달러(약 1175억원) 규모의 매칭펀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러시아의 대표 사모펀드투자사다.
러스나노의 운용사 러스나노 매니지먼트 컴퍼니(Rusnano management company)는 지난 25일 강남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이스트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향후 투자 전략을 밝혔다.
러스나노는 지난 2007년 러시아 정부의 출자를 통해 약 12조원 규모로 조성된 러시아의 기술투자펀드다. 지분 전량은 러시아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자산은 약 40억달러(4조5000억원)로 러시아,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 58개 프로젝트에 21억달러(2조4600억원)를 투자 중이다.
안드레이 총괄 매니저는 "러스나노는 정부의 전략적 산업 로드맵을 기반으로 의료, 생명공학, 전자,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주목해 왔다"며 "이번 방한은 한국 투자사와 공동으로 조성하는 매칭펀드에 앞서 성장성 높은 한국기업의 투자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스나노 측은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 잠재력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국가적으로 산업 육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 기초과학이 강한 러시아의 기술을 한국에 도입하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안드레이 매니저는 "러시아는 과거 공산주의 때부터 축적해 온 기술력이 높다"면서 "제약이나 바이오 등 러시아의 기초과학 부문은 전 세계적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가격이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스나노 측은 기술적 시너지는 물론, 한국 자본시장의 성숙도가 러시아의 그것 대비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 역시 한국의 코스닥처럼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있지만 애당초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면서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투자 수익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한국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러스나노는 현재 국내 투자사와 각각 5000만달러(약 587억원) 가량을 출자해 공동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의 합작법인(JV) 설립이 유력한 카드다.
안드레이 총괄 매니저는 "늦어도 6개월 안으로 '러스나노코리아'(가칭)를 설립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통해 단순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이외에도 러스나노가 투자한 러시아 기업의 한국 증시 진입 및 한국 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러스나노는 이번 방한에서 1~2곳의 국내 기업을 탐방해 투자 대상을 물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 측과 미팅을 가졌다. 해당 병원 암센터와 신기술 공동연구·개발, 첨단 의료기기 기술 공유, 임상시험 등 바이오 전반에 대해 논의를 마쳤다는 게 러스나노 측의 설명이다.
그는 "러스나노는 제약과 바이오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하이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라면서 "새로운 신소재 및 에너지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특히 나노 분야에 주목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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