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임지훈 전 카카오 CEO "격식 없는 소통문화가 스타트업 혁신의 지름길"
입력 2019-10-25 20:35  | 수정 2019-10-25 20:37

"한국에서는 '치맥'을 하면서 대화하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데 회의실에 들어가서 브레인스토밍하자고 하면 잘 안됩니다. 윗사람이 말하면 밑에 있는 사람들이 받아적어야 하는 문화는 혁신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미국 뉴욕대(NYU) 스턴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임지훈 전 카카오 최고경영자(CEO·40)는 24일(현지시간) 스타트업의 핵심 가치인 혁신을 위해선 소통 문화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임 전 CEO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코리안 스타트업 서밋 뉴욕' 행사에 참석해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혁신의 본질은 삶의 불편함을 편하게 바꿔주는 것"이라며 정의하며 스타트업의 모든 직원들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삶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소통 문화가 교육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임 전 CEO는 "학교에서 강의할 때 미국 학생들은 정말 질문을 많이 한다"며 "교수가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는 등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해도, 교수들이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며 "미국에서는 준비가 부족한 것 같은데도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 같은 것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같으면 '꿈 깨!'라고 말할 텐데, 여기에선 서로 장려하는 문화에서 만들어지는 '플러스의 멘탈'이 있다"고 말했다. 소통 문화가 정착되면 조직내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전 CEO는 한국 조직내 소통 문화와 관련해 "존댓말, 반말 이슈가 있는데 여기에서 생기는 손실이 정말 큰 것 같다"며 "모든 사람이 서로 존댓말을 쓴다면 조금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위워크, 우버 등 대표적인 공유경제 업체들에 대한 성장성, 수익성 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있는 것에 대해 임 전 CEO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이 수없이 많다"며 "(경영난에 놓인)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는 하나의 예외적 사례로, 그것 때문에 수많은 스타트업을 매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스타트업 거품 논란에 대해선 "오히려 위워크는 돈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라며 "혁신적인 것을 세상에 알리는 성장 국면에서는 돈이 필요하지만 혁신이 더 잘되는 것인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삶에 불편함이 있다는 것은 혁신할 부분이 남아있다는 뜻"며 "이러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모으고, 그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면서 돈이 뒷받침되면 혁신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카카오를 떠난 임 전 대표는 올해부터 겸임교수 자격으로 뉴욕대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 CEO를 역임한 경험으로 '첨단 기술회사 경영하기'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이번 가을학기가 두 번째 강의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애초 교수 자리를 제안받고 미국에 온 게 아니라 어떻게 연결돼서 강의까지 하게 된 것"이라며 "우선은 미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뉴욕의 한국계 창업을 뒷받침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는 취지로 뉴욕총영사관·코트라(KOTRA)·한국무역협회(KITA)가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임 전 CEO는 '혁신을 유도하는 방법'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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