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던 치킨을 접시에 다시 내려놓은 건 난생 처음이었다. 매운맛 1단계를 무난하게 통과 후 2단계를 먹었을 땐 혀가 아려왔지만 이 정도쯤이야. 평소 매운맛을 즐기는 타입이라 참을 수 있었다. 가장 매운 3단계가 나오자 냄새부터 달랐다. 결국 반도 먹지 못한 채 기권을 선언했다.
BBQ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본점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신제품 '뱀파이어 치킨' 먹기 대회를 진행했다. 참여한 기자는 20~40대 남녀 총 40여 명이다. 잦은 회식과 업무 스트레스로 마라부터 떡볶이 등까지 평소 매운맛을 즐긴다는 기자들이 여럿이었다.
배틀 메뉴는 극강의 매운맛을 내세운 '뱀파이어 치킨'이다. 뱀파이어 치킨은 매운맛 정도에 따라 ▲1단계(버닝) ▲2단계(블러드) ▲3단계(헬게이트)로 구성됐다. 이 중 가장 매운 3단계의 매운맛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는 1만4000SHU다. 이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4404SHU)'보다 3배 이상, 농심의 '신라면(2700SHU)'보다는 무려 5배가량 높은 수치다.
뱀파이어 치킨 1단계 맛을 집어들자 달큰한 냄새가 났다. 매운맛은 동네 노점상에서 파는 떡볶이 정도였다. 기존 양념치킨보다 달짝지근함이 덜 하면서도 입에 침이 고이는 매운맛이 났다. 농심 '신라면'을 먹을 수 있는 초등학생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배틀에 참여한 40여 명의 기자 대부분이 1단계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2단계는 1단계보다 매운 냄새가 났다. 한 기자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 2단계를 먹어본 결과 매운맛 정도가 불닭볶음면과 비슷했다. 1단계보다 달짝지근한 맛은 없어졌고, 혀가 아려왔다. 평소 매운맛을 즐긴다던 기자들도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인 우유를 찾기 시작했다. 2단계에서는 10여 명의 포기자가 나왔다.
대망의 3단계 뱀파이어 치킨이 나왔을 때에는 '핏빛' 색깔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메뉴를 제조하는 주방 근처에 앉은 몇몇 기자들은 매운 냄새에 기침을 하기도 했다. 3단계를 베어물었을 때 처음 3초간은 괜찮았다. 그러나 3초가 지나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매운 맛이 올라왔다. 흡사 삼양식품 '핵불닭볶음면 미니'를 먹었을 때 느꼈던 매운맛 정도였다. 핵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는 1만2000SHU로 일반 불닭볶음면보다 3배 가량 맵다.
결국 3단계에서는 포기자가 속출했다. 3단계 뱀파이어 치킨을 다 먹은 기자는 40여 명 중 12명정도에 그쳤다. 그마저도 1등을 가리기 위해 3단계를 계속 먹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기자는 4명에 불과했다. 이후 4명 중 1명이 중도 포기했고, 3명의 기자가 3단계 뱀파이어 치킨 5조각 정도를 더 먹은 뒤에 공동 수상으로 대회는 마무리됐다.
뱀파이어 치킨은 소문대로 매웠다. 그러나 맵기 정도가 올라갈수록 짠맛도 더해지는 게 다소 아쉬웠다. 실제 3단계에서 포기한 일부 기자들은 매워서가 아니라 짜서 먹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BBQ는 뱀파이어 치킨의 소스만 별도로 판매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턱대고 처음부터 3단계를 주문하기 보다는 서서히 매운맛 정도를 높여가는 걸 추천한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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