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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룰 완화땐…집중투표제 도입 확산 우려"
입력 2019-10-16 17:50  | 수정 2019-10-16 21:50
한국상장사협의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5%룰 완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5%룰이 완화되면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무기로 민간기업 경영에 더 손쉽게 개입할 소지가 커진다는 이유다. 상장사협의회는 16일 "5%룰 관련 시행령 개정으로 국민연금은 사실상 어떠한 제약도 없이 집중투표제 도입과 같은 정관변경 주주제안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이 가능해진다"는 내용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에 사전 공개하는 원칙에 따라 정관상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주주제안이 가능해진다는 게 상장사협의회 주장이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을 고려하면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임기 변경, 이사 자격 제한 요구 등이 가능하다. 또한 국민연금 등이 자체 지침을 개정하면 노동이사제 같은 새로운 제도 도입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게 상장사협의회 설명이다.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주주제안이나 주총 소집을 요구할 경우 현재는 5일 내에 공시하도록 돼 있으나, 새로운 제도하에서는 월별 약식 보고로 갈음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제안 절차가 종전보다 간소화되는 셈이다. 아울러 주식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까지 면제받는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302곳에 달한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여전히 기금운용위원회에 현직 장관이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등 독립성 없는 구조로, 산하 위원회 구성도 비중립적"이라며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으나 국민연금은 국민 재산으로 투자한 다수의 상장사 지분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5% 대량 보유 보고제도 개선안'을 지난달 5일 발표했다. '5%룰'로 불리는 대량 보유 보고제도는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때 관련 내용을 5일 이내에 보고·공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주식 대량 보고 시 '경영권 영향 목적'과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이라는 이분법적 영역 나누기에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면서도 공시 부담이 없는 '일반투자' 영역이 신설된다. 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걸림돌 제거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상인 기관투자가나 연기금이 주주 활동으로 5~10일 내에 상세 사안을 공시해야 했던 기존 제도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일반투자자는 약식 보고, 공적 연기금은 월별 보고로 부담을 완화해줬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 사안은 그간 회색 영역으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상법상 주주권리를 통해 명확화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임청구권, 위법행위 유지 청구권, 신주발행 유지 청구권 등 회사의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주주의 기본 권리로서 경영권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며 "상법상 일반적인 주주 권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특히 특정 기업의 정관 변경만을 위해 국민연금이 행동을 하는 것이나 사외이사 자리 요구, 적대적 인수·합병 등은 5% 완화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도 1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전면 철회를 건의하는 경영계 의견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용어 설명>
▷5%룰 : 상장사 지분 집중 정보를 공시해 시장 공정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생길 때 5일 이내에 상세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정승환 기자 / 진영태 기자 / 임형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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