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남중국해 분쟁에…베트남, 美애니 `어바머너블` 상영금지
입력 2019-10-16 11:45  | 수정 2019-10-16 11:46
CJ CGV 베트남 영화관에서 한 베트남 어린이가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Abominable) 포스터를 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14일 "어바머너블은 남중국해 `9단선(九段線·nine-dash line)`이 그려진 장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CJ CGV 베트남 영화관 상영 철회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출처 = 로이터·워싱턴포스...

미국 농구에 이어 이번엔 만화 영화가 중국 문제에 얽혀 상영 취소되는 일이 일어났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분쟁 중인 베트남에서 정부가 자국 내 영화관에 미국 드림웍스 사(社)가 공동제작한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Abominable) 모든 상영을 전부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뉴욕타임즈(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응우옌 투 하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영화국장은 14일 "어바머너블은 남중국해 '9단선(九段線·nine-dash line)'이 그려진 장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CJ CGV 베트남 영화관 상영 철회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CJ CGV 베트남은 현지 최대 규모 영화 배급사다. 또 베트남 국영신문 뚜오이째(Tuoi Tre)는 베트남 정부가 해당 애니메이션 상영을 허가한 문화체육관광부 책임자를 찾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영화에 9단선이 그려진 지도가 등장하는 장면이 현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자 정부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어바머너블'(Abominable)은 개봉 열흘만에 전격 취소됐다. 영화는 지난 4일 베트남에서 '에베레스트-꼬마 눈사람'이라는 제목으로 CGV 베트남에서 개봉했다. 이 영화는 미국 드림웍스 애니메이션과 중국 펄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했다. 중국 출신의 소녀인 '이'(Yi)가 과학자들에게 감금된 예티(yeti·전설의 거인 눈사람)를 예티의 고향인 히말라야 산맥으로 돌아가게 돕는 과정에서 대륙 횡단 여행을 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에 등장한 9단선은 남중국해 분쟁의 핵심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영해를 표시하는 이른바 '9단선'을 긋고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기지화하면서 베트남 등 이웃나라의 반발을 사왔다.
`9단선`을 둘러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출처 = NYT]
남중국해에는 중국과 ASEAN 회원국인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이 그은 9단선 을기준으로 하면 남중국해의 약 80~90% 해역이 중국 영유권이 된다. 하지만 베트남 등은 중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만든 9단선은 국제법적 효력이 없다고 항의해왔다.
게다가 지난 7월 3일 중국 해양탐사선 '하이양 디즈 8호'가 해안경비대 경비함과 함께 베트남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는 뱅가드 뱅크 인근 해역에 들어와 3개월 이상 탐사 활동을 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한층 더 깊어진 상태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 경비함을 파견해 대치하면서 중국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자국 영해라는 입장만 내세웠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분쟁은 여러나라 이해관계 문제이지만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를 등에 업고 있다. NYT는 할리우드가 작년에 중국 한 나라에서만 벌어들인 수입이 8억8700만 달러이기 때문에 중국 검열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중국은 신랄한 풍자로 미국 내 인기를 끌어온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South Park)를 중국 내에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사우스파크가 중국의 검열 시스템을 비판하는 에피소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15일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에서 NBA(미국프로농구) 경기 온라인 중계 독점권을 가진 텐센트가 14일 시카고 불스와 토론토 랩터스의 시범경기 등 2경기를 중계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홍콩 시위 지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NBA 시범경기 생중계가 재개됐지만 대릴 모리 단장(휴스턴 로키츠 팀)이 홍콩 시위 지지 트윗을 올린 휴스턴 로키츠 경기 중계는 제외됐다. 중국은 NBA최대 고객으로 NBA입장에서 중국 시장가치는 4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을 둘러싼 문제는 게임업계도 휩쓸었다.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는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9일, 홍콩 출신 게이머에 징계를 내렸다가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홍콩 시민 반발과 국제사회 비난이 이어지자 징계를 완화하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