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라임운용, 무역펀드 환매차질 진작 알고도 판매
입력 2019-10-15 17:22  | 수정 2019-10-15 22:04
라임자산운용이 2436억원 규모 무역금융펀드 손실을 막기 위해 장기 계약을 통해 환매 시기를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작년 말부터 모펀드의 환매 중단 가능성을 알고도 펀드 판매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나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5일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이 14일 환매 중단을 발표한 플루토 TF 1호 펀드는 연초 국외 실사를 통해 환매 연기 가능성을 알고 손실 최소화를 위해 외국 회사 A사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가지고 있는 펀드 지분 전체를 넘기고 A사는 그 대가로 약속어음(P-note)을 발행했다. 라임자산운용이 어음에서 나오는 연 5% 이자를 통해 원금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다.
라임자산운용은 2017년 글로벌 헤지펀드 4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무역금융 펀드를 내놓았는데 4개 펀드 중 2개가 부실과 환매 중단으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생기자 확정 이자율을 받고 사실상 펀드 지분을 정리한 것이다.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해외 무역금융펀드가 30% 손실을 보더라도 이자 수입을 통해 투자 원금은 회수하도록 했고 해외 무역금융펀드가 40% 손실일 때 투자 원금 90%를 회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초 계약을 맺을 당시 약속어음 만기가 2022년 4월 또는 2024년 4월인 까닭에 어음을 돌려받아 자금을 마련하면 환매대금 60%는 2년6개월, 40%는 4년6개월 이후 지급될 예정이다.
무역금융은 2017년 초 신한금융투자가 아시아 무역금융 대출에 투자하는 DLS를 출시했는데 최고 연 9%의 고수익이 가능한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무역금융이란 무역 과정에 필요한 원자재 구입 자금이나 운송비 등에 소요되는 단기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으로, 담보로 설정할 수 있는 재화(원자재 등)가 있어 비교적 손실 가능성이 제한되어 있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었다. 무역금융은 글로벌 헤지펀드 20~30개 회사가 운용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2017년 11월 설정한 무역금융펀드 역시 설정 이후 수익률이 17.8%에 달할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

다만 펀드에서 40% 투자 비중을 차지하는 북미 소재 펀드는 작년 11월부터 환매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투자 비중 32%를 차지하는 남미 소재 펀드는 올 2월 투자금 회수까지 6년이 소요되는 폐쇄형으로 전환한다고 통보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 라임자산운용은 모펀드 환매가 당분간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올해 계속 펀드 수탁액을 늘려갔다. 플루토 TF 1호 펀드의 792억원은 폐쇄형으로 들어왔으며 신규 자금 유입이 꾸준한 상황이라 환매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라임의 사모채권·메자닌 펀드 환매 중단이 있은 후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통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환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연초 일부 자산 부실을 발견했고 이후 담은 채권 만기가 2년 이상 남아 유동성 문제가 예견된 상황에서도 펀드 투자를 계속 받은 것은 리스크를 간과한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산은 실시간 체크가 어려워 무역금융이라도 부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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