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남산제비꽃 심어라"…또 발목잡힌 한옥호텔
입력 2019-10-13 17:24  | 수정 2019-10-13 19:40
서울 장충동 전통한옥호텔 조감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숙원 사업으로 8년 전부터 추진돼 온 서울 장충동 전통한옥호텔(이하 한옥호텔) 건립 사업이 건축허가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건축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년 만에 재도전한 서울시 건축심의에서는 "남산 이미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남산제비꽃을 심으라"면서 또다시 보류 판정을 내렸다. 건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흔치 않을 정도로 깐깐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구 장충동 2가 202 일대 호텔신라 한옥호텔 건립사업이 최근 열린 서울시 건축위원회에 상정돼 건축심의 문턱을 두드렸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1차 건축심의에 이어 1년 만에 열린 두 번째 심의에서도 보류 판정을 받은 것. 호텔신라 관계자는 "다음 심의에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심의가 열리면 보완 내용을 충실히 설명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한옥호텔 건립 사업은 현재 장충동 신라호텔 내 있는 면세점 등 용지에 △지하 3층~지상 2층 높이 전통호텔 △지하 4층~지상 2층 높이 면세점 등 부대시설 △지하 8층 부설주차장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이번 건축심의에서는 "한옥호텔 부대시설인 면세점 상부 공개공지에 시민들이 체험할수 있는 전통정원을 만들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남산제비꽃 및 꽃창포 등을 식재해 남산 이미지를 살린 공원으로 조성하라"면서 구체적인 공원 식재용 꽃 종류까지 매우 세세히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했던 한 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보통 심의에서는 주변 경관에 어울릴 만한 적절한 꽃을 심으라고 하는 정도로 요구하는데, 구체적인 종류까지 지시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면서 "서울 중심에 처음 짓는 한옥호텔이다 보니 좀 더 신경을 많이 쓰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번 건에 대해 별다르게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한옥호텔로 조성되는 곳이니까 식물도 가급적이면 전통 식물을 심으라는 것"이라면서 "꽃창포는 우리나라에 많이 자라는 꽃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호텔신라의 장충동 한옥호텔 건립은 이 사장이 2010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취임 이듬해 8월 서울시에 한옥호텔 건립 계획을 처음 제출했고 5번째 도전 끝에 2016년 3월 겨우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어 삼수 끝에 2018년 1월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하고 같은 해 9월 환경영향평가를, 올해 2월 교통영향평가를 각각 통과했다. 호텔신라는 2022년까지 전통호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