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유선은 드라마 ‘작은 아씨들(2004)에서 김해숙과 모녀 호흡을 맞췄다. 15년 후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다시 모녀로 만난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유선은 김해숙 선생님을 15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때는 제가 너무 신인이었다. 김해숙 선배님이 진짜 편하게 엄마처럼 대해줬다. 작품 끝나고 사적으로도 몇 번 만났다. 자식이 한 두 명이 아니지 않나. ‘국민 엄마시니까. 그런데도 정말 잘 챙겨주고 교감하고 지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꾸준히 연락을 못 드리고 끊겼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만났는데 너무 죄송하더라. 귀한 인연을 맺었는데, 그걸 소중히 못 한 게 죄송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다시 만나서 교감을 나눴는데 너무 좋았다. 정말 첫 장면부터 우는 신이었는데 감정이 오더라. 선생님도 ‘네 눈을 보니까 감정이 온다고 말씀해 주셨다. 딸 한번 했다가 만나니까 더 좋았다. 지금은 저도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가 돼서 만나지 않았나. 그래서 더 진짜 딸처럼 그런 시간을 겪어내고 만나서 깊이있는 관계가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선이 극중 자매로 호흡을 맞춘 김소연 김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공|블레스이엔티
극 중 자매로 나온 김소연, 김하경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유선은 김소연에 대해 이번 작품이 세 번째라 친밀감이 쌓여 있었다. 소연이도 하경이도 편하게 언니처럼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가려고 했고, 다행히 하경이도 편하게 다가와줘 자매애가 생겼다. 대기실에서 옆자리에 앉으면 소연이랑 남편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서로 결혼 ‘잘했다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소연이도 좋은 인품의 신랑을 만났고 저희 신랑도 만만치 않아서 우리 결혼 잘했다고 그랬죠.(웃음) 소연이 성품을 알고 있으니까. 이야기를 듣다 보면 흐뭇하더라고요. 소연이가 좋은 짝꿍을 만난 것 같고, 예쁜 커플이라고 생각해요.”
막냇동생으로 나온 김하경은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선은 처음엔 걱정했다. 그런데 씩씩하게 열심히 하더라.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런데 잘 극복해줬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자기 역할을 다하려고 했다. 고마운 건 먼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더라. 도움을 주고 싶어도 원하지 않으면 조심스럽지 않나. 그런데 먼저 다가와서 고맙고 예쁘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하경이가 대본리딩 때도 잘했다. 사실 세트 촬영이 쉽지 않다. 촬영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게 어렵다.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도 맞다. ‘흔들리지 않고 자기감정을 느끼면 너도 모르게 미혜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줬는데, 하경이가 감수성이 섬세하고 집중력이 좋다. 어느 순간엔 정말 철없는 막내처럼 느껴질 정도로 되어 있더라. 기특하고 대견했다”고 덧붙였다.
유선은 드라마 후에도 이 좋은 인연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전날에도 함께 식사를 했다고 귀띔하기도. 쉼 없이 달려온 유선은 당분간 충전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그는 가족과 보내고 싶다. 촬영하는 동안 아이가 엄마랑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채워주고 싶다”고 귀띔했다.
유선은 김해숙의 조언처럼, 천천히 묵묵하게 계속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공|블레스이엔티
어느새 데뷔 20주년을 맞은 유선은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옛날에는 정말 열심히 했다. 어떤 분이 넌 너무 열심히 해서 문제라고 하더라. 처음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더라.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까 이해가 되더라. 매 신에서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힘을 빼고 해야 할 때도 있더라. 힘을 빼야 보이고 느끼고 호흡할 수 있는 게 있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런 걸 조금 알게 됐다. 조금 내려놓으니까 더 많은 게 보이고 여유가 생기고 연기도 편안해진다. 세월이 쌓여가는 게 좋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는 알지 못한 것을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배우로서 쌓여가는 경력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선은 거북이처럼 천천히,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겠다며 미소 지었다. 특히 ‘세젤예에서 호흡을 맞춘 김해숙의 다정한 말이 배우 유선의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했다고.
나문희 김해자 고두심 윤여정 김해숙 선생님처럼 기라성같은 선배님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걸 보면서 희망을 느껴요. 선생님들처럼 꾸준히 놓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키면 저렇게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과 각오를 다지게 되죠. 예전에는 위만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멀리 보고 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김해숙 선생님이 ‘가끔은 조급하고 답답하고, 네 열정만큼 다 쏟아내고 싶겠지만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 안타까움이 뭔지 안다. 그럴수록 천천히 멀리 보고 거북이처럼 가다 보면 네가 원하는 만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 거다는 말이 힘이 됐어요. 천천히 가더라도 한길을 꾸준히 걸어간다면 선생님들처럼 멋진 배우로 평생 연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겨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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