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카드 업황은 암울한데…현대카드 증시서 통할까
입력 2019-10-08 17:46  | 수정 2019-10-09 11:04
현대카드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드회사 상장이 삼성카드 이후 약 12년 만이기 때문이다. 업종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은 만큼, 투자자에게 어떤 청사진을 제시하느냐가 흥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7일 국내 증권사 3곳, 외국계 증권사 5곳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보냈다. 제안서 접수는 오는 22일까지다.
현대카드가 상장을 성사한다면 시장점유율 2위인 삼성카드에 이어 2번째 상장사가 된다. 12년 전인 2007년 삼성카드는 공모가를 희망 가격(4만~4만5000원) 이상인 4만8000원으로 확정한 뒤 증시에 입성했다. 각각 업계 1위, 3위인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금융지주사의 100% 자회사인 동시에 비상장기업이다. 시장에서는 카드 업계의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를 참고해 현대카드의 몸값(밸류에이션)을 추정하고 있다. 최근 삼성카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53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카드 자본 총계(연결 기준)가 3조2550억원임을 감안하면, 시가총액은 1조7251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현대카드가 삼성카드 대비 점유율과 수익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더욱 보수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현대카드를 비롯해 재무적투자자(FI)의 눈높이는 이보다 높다. 2년 전 FI들이 투자할 당시 현대카드의 기업 가치를 약 1조6000억원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FI들의 요구수익률을 충족하려면 투자 시점보다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현대카드의 몸값을 최소 2조5000억원으로 추산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대카드가 투자자에게 어떤 청사진을 제시하느냐가 공모 흥행의 조건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정부 규제의 직격타를 맞는 산업이면서 성장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카드 주가가 7년 가까이 하락하는 상황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8일 삼성카드 종가는 3만3550원으로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현대카드는 주간사단을 꾸린 뒤 상장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신주와 구주 비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구주 매출 물량이 많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2년 전 FI가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였을 당시 '4년 안에 IPO를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이 없어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이슈와도 무관하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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