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자력 기관 `탈원전 마피아`들이 장악…국민 안전까지 위협"
입력 2019-10-07 13:40  | 수정 2019-10-07 15:34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019 국정감사 ◆
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원자력 관련 기관을 원자력 분야 비전문가인 탈원전 인사들이 장악하면서 또 다른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에게 '원전 유관기관 내 친문 인사 현황' 자료를 보이며 "과거에는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있었지만 현재는 '탈원전 마피아', '탈핵 마피아'들이 원전 관련 기관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작년 국감 때도 여러 의원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는데 1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김호철 원안위 위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3대 회장으로 과거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소송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 박진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감사는 '탈핵 에너지교수 모임'의 공동대표(동국대 교수)였고, 이번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김혜정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다.
정 의원은 "원자력 기관의 감사, 이사 등 고위직을 탈핵 활동가, 문재인 선거캠프 인사, 정치권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 있는데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책 아닌가"라며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엄 위원장은 "원안위 위원의 경우 원자력 안전 관련된 경험을 필요하고, 산하기관의 경우에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꼭 원자력을 전공한 사람만 전문가로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혜정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취임 후 각종 산하 위원회가 온통 탈핵 인사들의 '뻐꾸기 둥지'가 되고 있다"며 "김 이사장은 재단이 가진 각종 예산을 본인의 쌈짓돈마냥 마음대로 나눠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자력안전재단이 지난 7월 법무법인 '한결'과 2000만원짜리 법률 자문 수의계약을 맺었는데 한결은 월성 1호기 반대 소송 대리인이었던 김호철 현 원안위 위원이 대표로 있는 곳"이라며 "원안위 위원 본인이 감시·감독해야 할 원자력안전재단과 법률 자문 용역을 맺는다는 게 정상이냐"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 "원자력안전재단은 법무법인 '지평'과도 2개월 간격을 두고 990만원과 400만원 등 두 차례로 쪼개 법률 자문 수의계약을 맺었다"며 "지평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활동 당시 편파성이 높아 지적을 받았던 김지형 변호사가 대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명백한 권력 사유화일 뿐만 아니라 김영란법과 공직자윤리법에도 위반된다"며 "'트로이 목마'처럼 원전 산업과 기관을 폭파하려고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권력을 사유화한 적 없고 원안위 위탁을 받아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지평의 김지형 변호사와는 일면식도 없었고 대표 변호사인지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직자 윤리 측면에서는 원자력안전재단의 일이 김 이사장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갔다면 국민 눈높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4월 취임한 김영희 원자력안전재단 감사는 원안위를 상대로 제기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 확인'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허가처분 취소' 소송과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된 '원전 주변주민 갑상선암 손해배상' 소송의 원고 측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 중"이라며 "원자력안전재단 감사 임명 승인권이 원안위원장에게 있는데 원안위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김영희 감사 역시 탈핵 법률가 모임 '해바라기'의 대표로 활동했던 탈핵 운동가다.
원전 유관기관 주요 친문 인사 현황. [자료 제공 = 정용기 의원실]
한편 원전 정책을 의결하는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지난 2년 반 동안 한 차례 회의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7일 오전 진흥위 위원이 사표를 내는 일이 발생했다. 성풍현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와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7일 오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현행 원자력진흥법 제3조에는 원자력이용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원자력진흥위원회를 두고 있다. 위원회 구성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기재부·과기부·외교부·산업부 장관이 당연직위원으로 참석하고 있으며 위촉직 위원으로 6명의 전문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원자력이용과 관련된 최고정책결정 기구로서 전 정부에서는 매년 1~2차례 회의를 진행해 중요 안건을 심의해왔다. 2015년에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연구용 원자로 수출 추진 방안, 사용후 핵연료 등 심의, 2016년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 등 심의, 2017년에는 5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안을 심의하는 등 핵심 이슈 있을 때마다 원자력진흥위원회 개최했다.
하지만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정부 들어서 탈원전 정책이 추진됨과 동시에 원자력진흥위원회 회의는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최연혜 의원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며 "원자력진흥에 앞장서야 할 과기정통부가 탈원전 정책의 선봉에 서서 원전 말살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사표를 낸 성풍현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신한울 3·4호기 건설 등과 관련돼 그동안 여러 이슈가 있었음에도 원자력진흥위원회는 단 한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며 "11월에 모일 의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안건도 알 수 없고 회의에 나가는 것이 의미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진흥법을 무시하고 정부는 즉흥적으로 원전 관련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임기를 채우는 것보다는 사임을 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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