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아파트 수십억 현금 거래…자금출처 들여다본다
입력 2019-10-03 17:36  | 수정 2019-10-03 19:35
# 지난 6월 A씨(45)는 서울 서초구의 랜드마크 아파트 반포자이 194㎡를 36억원에 매입했다. A씨는 아내와 함께 총 자기자본 19억3000만원에 차입금 16억7000만원을 통해 샀다고 자금 출처를 구청에 신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A씨 부부의 자금 출처를 의심해 조사하고 있다. 자기자본 19억3000만원 중 예금과 증여·상속으로 받은 6억원 외 13억원이 순수 현금으로 지불됐는데 어디서 나온 돈인지 불분명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1일 분양가상한제 민간주택 적용 시기를 내년 4월까지 유예하고 1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한 정부가 연말까지 강남의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자금 출처와 탈세 여부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3일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정부가 '이상 거래'로 판단해 주요 조사하는 타깃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소위 강남4구 일대에서 6~8월에 거래된 3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로 △차입금이 대출규제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지나치게 초과 △자기자본 없이 차입금으로만 거래 △현금 10억원 이상을 사용한 거래 등이다.
정부 관계자는 "객관적 의심 정황이 있는 거래를 중심으로 자금 출처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9월 두 달간 실거래 신고분만 해도 전체 거래 중 1200여 건이 이상 거래로 의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6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35㎡를 36억원에 매매한 이 모씨(41)도 이상 거래로 의심을 샀다. 그가 이 아파트 구매에 사용한 자기자금은 전체 구입자금의 10%도 안 되는 3억27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2억7300만원은 서울과 대구에 있는 은행·금융회사 등을 총동원해 대출받았다. 서울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LTV 한도는 주택가격의 40%를 적용받는데, 80%에 달하는 차입금으로 주택을 산 것이다. 유주택자라면 LTV가 0%다. 그러나 제2금융권 등에서 사업자대출로 우회하면 LTV 80%까지 가능해 일선 중개업소 등에서 이 같은 대출을 알선하기도 했다.
이런 단속과 조사 효과로 연말까지 강남의 고가 주택 거래가 일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투자 수요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빙서류를 갖추고 실제 원리금을 지급하면 사인 간 대출 등 부동산 거래 자금 조달 자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세무사)은 "고액 대출자는 차용증이나 실제 이자 지급 등 세무적 대응책을 마련해놓은 경우가 많아 불법 사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지용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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