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제로금리의 공습 ②] 금리 낮다고 대출 많이 일으키면 위험
입력 2019-10-03 17:30  | 수정 2019-10-03 20:55
예·적금에 묻어두면 돈이 저절로 불어나던 시절은 끝났다. 초저금리·저물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재테크와 대출 전략은 더 복잡해졌다. 투자 상품은 좀 더 높은 금리로, 대출 상품은 좀 더 낮은 금리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살짝 삐끗하면 막대한 손실을 볼 위험은 날로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전에 없던 저금리·저성장 시기를 겪게 될 겁니다. 개개인의 FQ(금융지수)를 키우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자산관리와 금융교육 전문가로 꼽히는 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제로금리에 대비한 금융 원칙을 강조한다. FQ는 IQ(지능지수)·EQ(감성지수) 같은 금융 지식과 감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공부해야 할 게 많아 고통도 따르겠지만 저금리·저성장 시대엔 절세와 대출 관리가 자산 실질가치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재성 신한은행 투자자산전략부장은 "어떤 상품이든 정기예금보다 금리를 더 준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라"며 "이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보장은 없다.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품에만 가입하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와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선제적인 디레버리징'에 나서 부채 수준을 낮추기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자칫 저금리 시기를 '대출을 늘리고 공격적 투자에 나설 때'라는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조언이다. 여기엔 곧 경기 침체 내지는 저성장 시기가 올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 있다. 과도한 부채는 가계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란 두려움도 읽힌다. 김현식 메리츠종금증권 강남금융센터 PB는 "당분간은 투자 수익을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한 시기"라며 "빚관리가 잘못되면 다른 투자 자산까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 수석위원도 "국내외 돌발적인 이슈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저금리 전망에 역행해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가능한 리스크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정 수준의 빚'은 개인의 자산·소득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김 PB는 "자신의 가처분소득에서 대출 상환에 드는 원리금 부담이 30%를 넘어가선 안 된다"며 "30%를 넘으면 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건 물론이고 금융사가 갑작스레 한도를 줄여 빚 상환을 독촉할 때 대응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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