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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끝내 보지 못한 `탈해적 효과` [시즌 결산]
입력 2019-10-02 06:00 
강정호가 계획대로 밀워키 유니폼을 입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2019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난파 직전 해적선같은 모습이었다. 강정호는 그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헤맸다.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과거의 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강정호 2019시즌 성적
65경기 타율 0.169(172타수 29안타) 출루율 0.222 장타율 0.395 10홈런 24타점 11볼넷 60삼진
주요 이동 현황(한국시간)
5월 14일 왼쪽 옆구리 염좌로 10일 부상자 명단 등재
5월 28일 재활 경기 위해 트리플A로 이동
6월 9일 부상자 명단 복귀
8월 3일 양도지명 처리
8월 5일 방출

잘못된 선택으로 2년을 낭비했던 그는 이번 시즌 4년만에 처음으로 정상적인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시범경기 16경기에서 11개의 안타를 때렸는데 그중 7개가 홈런이었다. 동시에 18개의 삼진을 당했다. 이런 모습은 정규시즌에서 조금 더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185타석을 소화했는데 이중 32.4%인 60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때린 타구는 강하게 맞았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이번 시즌 타구 속도가 평균 93.2마일로,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22위에 해당했다.
좋은 시기도 있었다. 옆구리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24경기에서 타율 0.267 출루율 0.297 장타율 0.617 5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후반기 반등의 모멘텀을 만드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후 10경기에서 타율 0.045(22타수 1안타)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파이어리츠 구단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고, 결국 방출됐다.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경쟁을 통해 3루 자리를 받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시즌 도중 두각을 나타낸 신인 케빈 뉴먼이 그의 자리를 가져갔다. 뉴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대신 가져갔을 자리다.
피츠버그의 이번 시즌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공개적으로 드러난 선수단 내부 다툼만 세 건이었다. 그중 한 번은 부상까지 입었다. 팀의 마무리는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이 발각돼 쇠고랑을 찼다.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렸다. 시즌 막판에는 감독이 프런트로부터 자리 보전을 약속받았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그 이후 경질 통보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예견됐던 일이다. 앤드류 맥커친, 게릿 콜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트레이드되면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흘러갔다. 이 팀을 떠난 선수들 중에 성공한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탬파베이에서 받아온 크리스 아처가 그저그런 투수가 된 반면 반대로 이적한 오스틴 메도우스, 타일러 글래스노가 주축 선수로 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조던 라일스(밀워키), 프란시스코 서벨리(애틀란타) 등이 시즌 도중 다른 팀으로 이적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름을 붙이자면 탈해적 효과라 할 수 있겠다.
강정호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다. 파이어리츠에서 방출된 그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에 합의했고, 실제로 트리플A 팀에 합류해 훈련을 소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밀워키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경쟁하는 팀이었고, 그에게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그는 끝내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비자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팀 합류가 지연됐고, 결국 계약이 무산됐다. 그의 취업비자를 위태롭게 만들었던 2016년 12월 그 사건이 또 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의 다음 시즌이 더 걱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타력 있는 3루수를 원하는 팀은 많다. 한 차례 시즌을 치렀으니 그도 경기 감각을 어느정도 회복했을 것이다. 마이너 계약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회마저 잡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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