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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경기 차 1위’서 2위 추락…현실이라 더 허무한 SK의 가을
입력 2019-10-01 22:22 
SK와이번스 염경엽 감독.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너무 안일했을까. ‘어우슼(어차피 우승은 SK)이라는 말은 이제 정말 우스갯 소리로만 남게 됐다. 바로 눈앞에 있던 SK와이번스의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두산 베어스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2019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을 6–5로 승리하면서 SK의 실낱같은 희망은 산산조각 부숴줬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88승1무55패로 SK와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전적에서 9승7패로 앞서며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뤘다.
두산은 기적을 썼고, SK는 망신을 당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80승 고지를 선점하고 정규시즌 우승에 실패한 팀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전반기 종료 시점만 해도 SK는 압도적 1위였다. 2위 키움 히어로즈와 6.5경기차, 3위 두산과는 8경기차로 넉넉했다. 8월 중순에는 2위권과 9경기 차까지 벌렸다. ‘어차피 우승은 SK라는 말은 당연한 소리였다. 하지만 8월말부터 SK는 급격한 하락세에 시달렸다.
철옹성 같았던 SK의 1위 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던 건 지난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더블헤더다. 당시 SK는 4-6, 3-7로 연패하면서 2위 두산 및 3위 키움 히어로즈에 2.5경기차로 좁혀져 비상등이 켜졌다. 하지만 연패의 늪은 깊었다. 6연패까지 빠지면서 SK는 2위 두산과 1경기 차로 좁혀졌다. 지난 25일 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으면서 연패 탈출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SK 입장에서는 쫓길 수밖에 없었다. 두산과 동률일 경우 상대전적(7승9패)에서 밀리기 때문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심리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28일 마침내 두산과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두산은 잠실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7-6으로 이겼고, SK는 대구에서 삼성과 연장 혈투 끝에 7-9로 패했다. 두 팀은 그렇게 공동 1위가 됐다. 각각 2경기 씩 남긴 시점에서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두산이 우위를 점한 셈이 됐다.

SK는 남은 2경기인 29~30일 대전 한화 2연전을 모두 승리했고, 두산은 29일 잠실 LG트윈스전을 이긴 뒤 이날 NC와의 최종전을 남기고 있었다. SK로서는 두산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고, NC를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30일 한화전을 이긴 뒤 SK선수들은 하늘의 뜻을 기다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하늘은 SK를 외면했다.
허무한 가을이 SK에 찾아왔다. 5월30일부터 121일 동안 이어졌던 단독 1위도 끝났을 뿐더러 한국시리즈 직행도 물 건너갔고, 플레이오프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해야 한다.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30일 경기 전 염경엽 SK 감독은 87승을 거두고 이런 당혹스러운 적은 처음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더 이겼으면 하는 아쉬움만 남은 SK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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