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사, 손실 가능성 알고도 수수료 장사
입력 2019-10-01 17:47  | 수정 2019-10-01 19:42
◆ DLF 불완전 판매 ◆
DLS, DLF 파생상품 발행으로 은행의 상품 판매를 지원했던 증권사들은 철저히 수수료 장사에만 몰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 수익률 향상이라는 기본적인 금융산업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DLS,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지시에 따라 4%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 기획에만 몰두했을 뿐 고객들의 수익 여부는 뒷전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6개월 단기 DLS, DLF 상품을 기준으로 고객 기대수익률은 2% 안팎인 반면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수수료는 5%에 달했다"며 "불완전판매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지나친 수수료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이 조사한 DLS, DLF 상품의 평균 수수료는 외국계 증권사 3.43%, 국내 은행 1%, 증권사 0.39%, 자산운용사 0.11%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DLS 파생상품 판매에 관여한 A증권사는 독일 국채 금리 저하로 손실 위험이 높아지면서 약정수익률이 상승하자 고객에게 줄 수익률은 줄이고, 자신의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기행까지 저질렀다. A증권사는 상품을 은행에 제공하면서 해외에서 상품을 설계한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기존 4% 초반이었던 약정수익률이 4.8%까지 오른다고 통보받자 수익률은 4.3%로 낮추고, 자신의 수수료를 0.3%포인트 높여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은행이 요구한 4% 수익률만 맞추기 위해 금리 하향에 따른 손실배수를 기존 200배에서 333배까지 늘리는 불공정한 상품 설계에도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증권사들은 내부 리스크관리부의 검토 결과 "최근 독일 국채 10년 금리의 하락이 심상치 않아 상품의 원금 손실도 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히 거래하라"는 의견을 받았지만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이 기대수익률과 상관없이 수수료에만 집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백투백헤지(Back-to-Back Hedge)라는 금융 투자 기술이 있었다. 백투백헤지는 발행한 파생결합증권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거래 상대와 파생 거래를 맺어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 리스크를 이전하는 방식이다. 해당 상품 수익의 반대 포지션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증권사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수수료만 얻는 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파생상품 판매를 지원한 증권사는 IBK투자증권 등 3곳이며, 자산운용사는 유경·KB·교보·메리츠·HDC 자산운용 등으로 조사됐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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