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상시 초저가 전략을 선언한데 이어 롯데마트도 '통큰 할인'으로 맞불을 놨다. 이마트와 달리 한 달 동안이란 할인 기간을 정해놓긴 했지만 1000억원이란 최대 물량을 풀어 2000개에 달하는 품목을 싸게 판다는 점에서 대형마트 간 가격 전쟁은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 롯데, 수입맥주 한 캔 825원·랍스터 7920원 등 역대급 할인
1일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소비자 체감물가를 낮추기 위해 10월 한 달간 대규모 할인 행사인 '통큰 할인'행사를 펼친다.
롯데마트 측은 "이미 저렴한 제품을 더 싸게 파는 할인 전이 아니라 전사 역량을 총 투입해 품질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키도록 할인 품목을 엄선했다"고 강조했다.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통큰 한달' 1탄에서 싸게 파는 대표 상품으로는 'L바이젠 맥주'(330㎖×12캔)이 있다. 가격은 9900원이다. 한 캔당 따져보면 825원꼴이다.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L바이젠 맥주는 1333년에 설립해 역사가 깊은 독일 웨팅어사에서 만든 것으로, 2013년 출시 후 3000만캔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온·오프라인 구분 없는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마트가 야심차게 고른 할인 품목이다.
또 '제주 황토밭 하우스 감귤'(2kg)을 롯데·KB국민·신한·NH농협·현대카드로 결제할 경우 9800원에 판다. 이 제품은 제주도 감귤 면적의 6% 내외의 황토 지역에서 재배해 일반 감귤보다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호주산 소고기 할인 행사 역시 눈길을 끈다. '호주산 곡물비육 척아이롤'(100g)을 20%가량 할인한 1550원에, '호주산 곡물비육 부채살'(100g)은 2880원에 선보인다.
4만 마리를 준비한 캐나다산 '자숙 랍스터'는 행사카드 결제 시 792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신선식품 외에 가공, 생활, 완구, 패션, 잡화 부문 상품도 최대 50% 할인, 초저가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지난 8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내세워 상시 초저가 전략을 펼쳤을 당시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정용진표 초저가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하며 이마트 실적을 끌어올리자 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8월 이마트의 총매출 신장률은 플러스로 전환됐다. 1조3489억원이란 총매출을 기록해 전월 대비 11.6%, 지난해 동기 대비 4.4% 증가한 것.
이마트 전체 매출이 상승한 것은 그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할인점 매출이 두자릿수 신장률을 보인 영향이 컸다. 특히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던 오프라인 할인점의 기존 점포 신장률이 3.3%로 올해 처음 플러스 전환에 성공, 정용진 부회장이 고수한 '상식 이하의 가격'이 시장에서 통했음을 보여줬다.
이마트 관계자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기존 마진율은 유지하면서 가격은 낮추는 이마트만의 초저가 모델"이라며 "품질 역시 보장됐기 때문에 고객들이 몰려왔고, 도스코파스 와인이나 물티슈 등이 날개돋힌 듯 팔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4900원에 출시한 도스코파스 와인(750㎖)은 지난 8월 한달간 28만병이 팔렸다. 이는 이마트 인기 와인 1년 매출의 4배에 달한다. 700원에 파는 물티슈(100매)와 1350원 짜리 워셔액(1.8ℓ)도 각각 25만개와 24만개씩 팔리며 신규고객 확보 및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매장으로 몰려든 고객의 발걸음을 더 꽉 붙잡기 위해 이마트는 'e-ward'란 캐시백 프로모션을 이달부터 도입했다. 매달 약정한 쇼핑금액을 오프라인 이마트 점포에서 채우면 캐시백을 해주는 식이다. 해당 캐시백은 공기청정기 건조기 등 인기 가전제품을 구매하는데 사용하게 된다. 일종의 '락인(Lock-in) 전략'인 셈. 초저가 가격 경쟁에 이어 누가 더 로열티 높은 고객을 확보하느냐의 경쟁도 펼칠 전망이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지켜보자던 업계에서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이 통하자 너도나도 가격 전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 됐다"며 "온라인으로 뺏긴 고객들을 마트로 다시 끌어올 수 있게 한다는 데 목표를 두고 당분간은 초저가나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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