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현지시간으로 30일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동시·병행적 조치를 취하는 데 준비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에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지 약 5시간 만에 나온 미 고위당국자의 발언입니다. 국방부 당국자라 김 대사의 연설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반응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동시·병행적 조치와 대북제재 이행을 함께 거론하면서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루드 차관은 이날 오후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와 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한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둘다 공개적으로 말해왔듯이 미국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모든 약속에 대해 동시·병행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북미관계 전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미군 유해송환 진전이 이에 포함된다"고 부연했습니다.
루드 차관은 이어 "우리는 또한 북한 주민의 밝은 경제적 미래 구축을 돕는 걸 고대한다"면서 외교적 목표 지원을 위한 한미연합훈련 조정 등을 거론했습니다.
루드 차관은 유엔 대북제재 이행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유엔 안보리 제재의 이행을 통해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계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왔다"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은 유엔이 금지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노력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은 불법적 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제재 위반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법 선박환적과 해외노동자 송출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한국과 호주, 프랑스, 영국 등 동맹국과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제재회피 방지를 위한 중국의 역할 확대 필요성도 거론했습니다.
루드 차관은 특히 미군 유해송환 관련 협력에 미국이 매우 열려있다고 강조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이를 별도로 다룰 수 있기를 정말로 기대한다. 이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인도적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는 가운데 유해송환으로 성과를 거두고 싶은 미국 정부의 기대가 드러나는 대목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송환을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함께 대북 협상의 주요 치적으로 거론해왔습니다.
루드 차관은 기조연설이 끝난 후 문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를 설명하면서 "대통령은 김정은과 직접 만나 작은 합의가 아니라 더 큰 합의를 도출하려고 시도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같은 행사에서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솔직히 말해 나는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국가)이익이라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에 매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미(북미)협상이 기회의 창으로 되는가, 아니면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로 되는가는 미국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 전향적 입장을 촉구했습니다. 루드 차관의 기조연설은 김 대사가 연설한 지 5시간 뒤에 이뤄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