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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의 공습 ①] 올해 17조달러…전세계 채권 3분의1이 마이너스금리
입력 2019-09-30 17:56  | 수정 2019-09-30 17:58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깜짝' 인하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은이 최소 한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역대 최저치인 1.25%와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올해에만 벌써 두 차례 금리를 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또한 올해 말과 내년에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한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의 장기화 가능성과 이로 인한 세계 교역 질서 혼란 등이 꼽힌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 한일 무역분쟁의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은 더 암울하다.
전 세계 주요 국가는 이미 마이너스 금리다. 유로존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 발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30일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가 16조8384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 세계 투자등급 국채 중 약 34%, 전 세계 채권 총액을 기준으로 18%에 달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014년 6월, 일본중앙은행이 2016년 2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각각 도입한 이후 마이너스 금리 채권 발행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ECB는 정책 도입 초기만 해도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가 34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이후 2년 만에 12조20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보험사나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이자를 주는 장기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에서는 만기와 관계없이 모든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의 30년 만기 국채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했고, 일본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또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주는 미국 국채 또한 장기 금리가 큰 폭 하락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 들어 1% 이상 하락해 최근 1.6%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2016년의 역사적 저점인 1.36%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년 만기 채권 금리 또한 지난 8월 한때 1%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은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에 비해 큰 폭 하락하면서 지난 5월부터 장단기 금리에 역전이 일어났다. 통상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가 짧은 채권보다 높아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예상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65년 이후 발생한 7차례의 경기 침체기에 앞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모두 발견되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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