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구속기소)의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고씨가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최종 확정했다.지난 3월 2일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고씨의 의붓아들이 숨진 지 6개월여 만이다. 범행 도구 등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고씨의 현 남편에서 검출된 수면유도제 성분과 의붓아들 사망 전후 고씨의 행적 등 다수의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결론이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 고유정은 두 달새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잇따라 살해한 것이 된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30일 살인 혐의로 입건한 고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와 A씨에 대한 대면조사와 대질조사, 프로파일러 분석 등을 통해 고씨를 살인 혐의 피의자로 최종 결론냈다"며 "다만 정황 증거 외 직접 증거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6월 초 고씨를 살인 혐의, 고씨의 현 남편 A씨(37)를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입건한 뒤 최종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벌여왔다.당초 A씨의 과실치사 혐의에 무게를 두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물 감정 결과와 범행 전후 고씨의 행적,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의 수사자료 분석,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판단했다.
다수의 프로파일러와 전문가는 고씨가 의붓아들과 전 남편을 새 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차례로 살해한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고씨는 의붓아들 B군(5)이 숨지기 전날 저녁 A씨와 B군에게 전 남편과 같이 카레를 먹였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 살해 수법과 유사하게 카레나 음료수 등의 음식에 수면제 성분을 넣은 뒤 A씨가 잠든 틈을 타 B군을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군이 10분 넘는 외부 압착에 의해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고씨는 지난해 11월 A씨와의 사이에서 첫 번째 유산을 한 뒤 불면증을 이유로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지난 2월 두 번째 유산을 했다.경찰은 지난 5월25일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6월1일 긴급체포된 뒤 B군에 대한 수사를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A씨의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으나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졸피뎀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후 국과수 추가 분석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고씨는 국과수 감정을 거부했다. 경찰은 고씨의 휴대전화에서 의붓아들이 숨진 당시 고씨가 잠에서 깨어 있던 정황도 포착했다. 고씨는 제주에서 진행된 B군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청주의 자택에서 B군의 혈흔이 묻어있던 이불을 모두 버렸다. 고씨의 현 남편 A씨는 지난 6월13일 제주지검에 고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고씨는 7월22일 "자신을 살인범으로 몰아간다"며 현 남편 A씨를 명예훼손과 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A씨의 잠버릇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를 의심했으나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한 결과 고씨의 살인 혐의로 최종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주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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