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힙지로에선 신사답게 행동해!" 요즘 사람들의 `뉴트로` 소비하기
입력 2019-09-27 16:27 
새로운 복고 `뉴트로` 열풍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뒷머리를 길게 내린 남성 헤어스타일. 큼지막한 브랜드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통바지를 연상케 하는 바지. 화려한 색감의 못생긴 운동화…
뉴트로(New-tro)를 입은 젊은 세대의 모습이다. 뉴트로는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의 레트로(Retro)가 합성된 용어로 단순한 복고가 아닌 새로운 외향과 기능을 갖춘 새로운 복고를 의미한다. 기존 복고에 중장년층이 열광했다면, 뉴트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열풍이 거세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원하는 젊은 세대는 향수나 그리움보다는 재미와 개성에 주안점을 두고 뉴트로를 소비한다. 촌스러워 등한시됐던 것들이 희귀하고 재밌는 것들로 새로 평가받는다. 예를들면 중장년층에게 오래전부터 사랑받던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힙지로(힙한 을지로)'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젊은 세대들이 몰려 최근 '핵인싸(인기가 많고 활달한 사람)'들의 성지로 각광 받고 있다. 사회 전반에 뉴트로 열풍이 확산하면서 문화, 패션,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들은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온라인 탑골공원·곽철용 패러디 인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른바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불리는 유튜브 플랫폼에 모여 복고를 새롭게 즐기고 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다수의 노인이 모여들 듯 당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SBS는 지난달 6일 1990년대부터 방영된 '인기가요' 무대를 24시간 실시간 스트리밍 해주는 유튜브 방송 'SBS 클래식'을 시작했다. 채널 구독자는 27일 기준 17만 3000명에 달한다. 평일 낮임에도 시청자는 2000명에 육박한다. 실시간 접속자들은 댓글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타짜'의 순정파 건달 곽철용(김응수) 패러디도 인기다. "묻고 더블로 가!",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등의 영화 속 곽철용의 대사는 13년이 지나서야 유행어가 됐다. 밀레니얼세대는 콘텐츠를 '자기화'하는 방식으로 뉴트로를 소비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곽철용 패러디는 직장 상사에게 따지는 이야기나, 학원에서 벌어진 일 등에 적용돼 새로운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 숏패딩·맘핏 진·어글리 슈즈…뉴트로가 패션 대세
2011년 패션업계에서 처음 등장한 뉴트로는 이제 대세다. SPA 브랜드, 중저가 브랜드에서 명품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뉴트로에 혈안이다. 중장년층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옷들에 젊은 세대들은 신선하다고 느끼며 흥미를 보인다.
2000년대 중·고등학생 '교복 패딩'으로 유행했던 숏패딩이 올겨울 큰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숏패딩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겨울은 예년보다 춥지 않다는 예보까지 겹치면서 뉴트로풍의 볼륨감을 극대화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했다.
1970~1980년대 엄마가 젊었을 적 입었을 것 같은 청바지를 의미하는 '맘핏 진'도 인기다. 바지를 위로 올려 입을수록 허리는 잘록하게, 다리는 길게 보여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다. 패션 브랜드 자라는 지난해 '맘핏 진'의 반응이 좋아 올해 종류를 늘려 출시했다.
1990년대를 전후해 유행했다가 다시 돌아온 '어글리 슈즈'의 인기도 여전하다. 두툼한 밑창과 투박한 느낌의 울퉁불퉁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올해 가을, 겨울 패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F/W 패션위크'에서도 어김없이 어글리 슈즈가 등장해 주목받았다. 롯대백화점이 아웃도어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손잡고 지난달 출시한 '트리핀 다이노'는 출시 2주 만에 1500족이 판매됐다.
대학생 김 모 씨(24)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나 보던 옷이 유행인 것 같다"라며 "뉴트로 패션을 입은 사람을 보면 '옷에 관심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 '옛것의 재해석' 대박 터뜨린 뉴트로 식품
뉴트로 열풍은 식품업계로까지 번졌다. 특히 주류 시장에서 소주의 효시 격인 '진로(眞露)'가 현대적 감각을 더한 뉴트로 제품으로 돌아와 인기를 끌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진로이즈백'을 새롭게 출시했다. 병 모양과 색깔 등을 과거 디자인을 복원하고 뉴트로 감성을 담아 대박을 터뜨렸다. 출시 72일 만에 약 1100만 병의 판매량을 올렸다.
진로가 성공을 거두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도 있다. 지역기반 주류업체 무학은 뉴트로 감성의 소주 신제품을 내달 출시할 예정이다. 1952년 탄생한 맥주 브랜드 'OB'를 재해석한 'OB라거'도 출시될 예정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OB 브랜드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감성을 트렌디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밝혔다.
농심도 뉴트로 열풍에 가세했다. 농심은 지난달 말 30여년 동안 단종됐던 '해피라면'을 재출시했다. 가격은 대형마트 할인가 기준 봉지당 550원 가량. 출시 22일 만에 800만개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농심켈로그는 콘푸로스트의 1950년대 빈티지 디자인을 소장할 수 있는 특별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유정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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