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9월 26일 뉴스초점-자율에 맡겼더니 일제히 인상
입력 2019-09-26 20:10  | 수정 2019-09-26 20:39
회의 중 싸움을 해도, 인터넷 검색 등 딴짓을 해도, 심지어 졸아도 누구 하나 지적하지 않고, 해외 출장을 핑계로 여행을 다녀도, 그러다 가이드를 폭행하고 온갖 갑질을 해도 자리만 지킨다면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혹 국회의원을 생각하신다면 거기도 할 말은 많지만, 오늘은 지방의회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 폭 제한을 없앴습니다. 월급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얘기죠. 해마다, 때마다 문제를 일으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불거지는 상황에 말입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매달 의정 활동비와 월정 수당을 받습니다. 의정 활동비는 의정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 데 쓰는 돈으로, 광역의원은 1,800만 원, 기초의원은 1,320만 원으로 정해져 있고, 월정 수당은 직무 활동에 대해 지급하는 일종의 월급으로 정부가 최대 20%로 인상 폭을 제한해 뒀었는데 그걸 폐지한 겁니다.

마음대로 하라고 법까지 바꿔줬으니, 뭐 눈치 볼 필요도 없겠지요. 올해 지방의회 243곳 중 90%가 넘는 220곳이 의정비를 대폭 올렸습니다. 인상률도 전년 대비 평균 2.5%로, 2018년 1%에 비해 배 이상이었죠.

사실 의회 의원들은 다른 일을 겸직할 수 없으니 개인 생계비에 의정활동까지 하려면 일부 지역 의원들은 좀 적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4년 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도 아직까지 전체 지방의회 중 71%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 생각은 좀 달라지죠.

원래 1991년 부활한 지방의회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급으로 봉사하는 명예직이었습니다. 2006년부터 유급제가 되면서 의원들의 의정비 현실화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져 왔고, 그래서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법을 개정한 건데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1.4%, 자립은커녕 중앙정부의 지원 없인 운영되기도 힘든 정도에, 주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기다렸다는 듯 제 밥그릇부터 얼른 챙기니, 과연 그만큼 일을 할 각오는 돼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하긴 개점보단 휴점이 더 잦은 국회도 월급은 물론 명절 보너스까지 받아 가는데 의회만 탓해서 뭘 하겠습니까만, 그래도 지방의회는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서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일해 주길 바랍니다. 지역의 이웃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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