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최초로 민간자본으로 학내에 쇼핑몰을 건립한 부산대가 민간사업자의 대납 보증을 섰다가 800억원이 넘는 돈을 국민 세금으로 물어내게 생겼다.
부산고법 민사2부(박효관 부장판사)는 농협이 부산대를 상대로 제기한 '해지 시 지급금' 청구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부산대는 효원이앤씨로부터 쇼핑몰 건물을 돌려받는 즉시 농협에 82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대는 2006년 국립대 최초로 민간사업자인 효원이앤씨와 계약을 맺고 민자사업으로 학내 쇼핑몰인 효원굿플러스(구 효원회관)를 짓기로 했다. 효원굿플러스 소유권은 부산대가 갖는 대신 효원이앤씨가 2039년까지 위탁 운영하는 계약이었다. 400억원을 빌려 효원굿플러스를 지은 효원이앤씨는 이후 분양이 잘 안 돼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대출금 400억원도 갚지 못하자 부산대가 나섰다.
2010년 효원이앤씨가 농협으로부터 400억원을 대출받아 기존 대출금을 갚는 과정에서 부산대가 대납 보증을 선 것이었다. 효원이앤씨가 이후에도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2013년 농협은 보증을 선 부산대가 대신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 이어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대법원은 건물 인도 의무와 대출금 상환 의무가 동시 이행돼야 한다는 부산대의 주장이 일리 있다고 보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산고법은 이날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대로 효원이앤씨가 건물을 부산대에 인도하는 즉시 부산대는 해지 시 지급금 824억여원(건물 총공사비에 감가상각이 적용된 금액)을 농협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농협이 재상고하지 않으면 부산대는 2006년 쇼핑몰 민자사업 계약 해지에 따른 지급금 824억여원을 농협에 주고 효원이앤씨는 효원굿플러스 건물을 부산대 측에 넘겨야 한다.
부산대는 국립대 최초로 민간자본으로 학내에 쇼핑몰을 세우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800억원이 넘는 돈으로 건물을 산 셈이다. 부산대는 학교 상징이던 시계탑을 없애고 정문 바로 옆 쇼핑몰을 지어 재학생·졸업생의 비난을 들어왔는데, 이번 판결로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 됐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부산대는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농협에 줄 824억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당 금액을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현재 효원굿플러스는 효원이앤씨와 20년간 위탁 계약한 이랜드리테일이 영업 중이다. 하지만 부산대는 효원이앤씨가 건물 일부를 다른 업체와 재임대한 사실을 감춘 채 이랜드리테일과 맺은 위탁계약은 무효라고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7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건물 양도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관계자는 "효원굿플러스 건물을 돌려받으면 직영이나 이랜드리테일과의 재계약, 다른 임대사업자에 재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원굿플러스 추진 당시 김인세 전 부산대 총장은 효원이앤씨 대표로부터 1억4700만원을 받고 특혜를 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기소돼 2013년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4700만원을 확정판결 받았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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