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19 세계지식포럼] 중국은 미국 추월할까?…세계적 석학들 `G2경제전쟁` 두고 맞짱토론
입력 2019-09-25 11:38  | 수정 2019-09-25 12:48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사진 왼쪽)와 린 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이 25일 서울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제 20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강영국 기자]

'20년 내 중국 경제는 미국을 추월할까?'
이 질문에 세계적인 경제석학 두 명이 내기를 걸었다. 이긴 쪽은 진 쪽으로부터 20만 위안화(한화 약 3369만2000원)를 받기로 했다.
내기의 주인공은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석학 린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과 세계적 경제사학자로 손꼽히는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다. 두 교수는 25일 서울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제20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토론을 펼쳤다.
토론 주제는 'G2 경제전쟁'으로 다소 무거웠으나, 청중들은 발표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의 맞짱 토론을 놓칠 수 없었던 청중들은 얼떨결에 두 경제 석학이 한 내기에 증인이 됐다.
이날 퍼거슨 교수는 "세계 곳곳에서 만나는 많은 기업인들은 미중 무역전쟁을 보며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고 자유 무역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하지만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조차 이런 자유 무역주의를 지지하며 관련 오해를 불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퍼거슨 교수는 "중국은 놀라운 경제적 혁명을 이뤄냈고, 그로 인해 중국인들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국의 경제 성장 이면에는 서양 기업들에 대한 정보유출, 통화조작, 관세부과 등의 공정하지 못한 방법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부과 등의 방법으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은 세계 무역 질서를 공정한 방향으로 바로 잡자는 취지가 크다는 게 퍼거슨 교수의 입장이다.
반면 린 교수는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는 전반적으로 봐야지 중국과의 양자 관계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오히려 내부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기인한 미국 적자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적을 제대로 모른 채 싸우고 있다"고 린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생산은 적게 하고 소비를 많이 하면 국가로 봤을 때 무역 수지 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적자는 따라서 국내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고, 이러한 문제를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해결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린 교수에 따르면 그 동안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할수록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늘어났다.
[사진 = 유용석 기자]
린 교수는 중국이 경제 성장을 하면서 불공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퍼거슨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의혹에 불과하다"며 "실제적 사례로 입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경제석학은 이날 무역전쟁에 이어 미중 기술 패권 전쟁에 대해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
퍼거슨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과 마찬가지로 양국의 기술전쟁에 있어서도 산업스파이 활동 등 불공정한 행위 자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적재산권(IPR) 마찰만 보더라도 이는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직원들이 중국에서 산업 스파이로 체포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사에 취직한 중국 직원들은 기술 유출 등 산업 스파이로서의 혐의가 인정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린 교수는 즉시 "중국은 지난 40년간 많은 진보가 있었고 8억명 가량을 빈곤에서 탈출시켰는데 이것은 결코 기술을 훔쳐와서 그런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경쟁 사회에서 기업 간 산업스파이 등의 활동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개별 기업의 행위일 뿐 이런 행위가 국가 정책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퍼거슨 교수는 왜 중국에서만 미국의 기술 기업들이 발을 들이지 못했는지 이유를 분석하며 중국 정부를 탓했다.
퍼거슨 교수는 "페이스북이나 애플 등의 기업은 전 세계에 다 들어가 있지만 중국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정부가 엄청난 방화벽을 만들어 시장 자체의 진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에 린 교수는 "미국은 부적절한 남 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린 교수는 "중국이 지난 40년간 새로운 기술을 만들지 않았다고 하는데 혁신을 거듭한 중국은 지금 화웨이와 같은 기업을 배출했다"며 "중국의 소득 수준이 더 높아지게 되면 보다 많은 혁신이 나올 것이고 화웨이와 같은 세계적인 선도 기업도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저소득 국가로서 선진국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후발주자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발주자의 특권을 중국 역시 사용했고, 이것은 결코 기술을 훔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토론 막바지까지 의견 대립이 치열했던 두 경제석학은 향후 20년 내 미국과 중국 사이 벌어질 격차에 대해 내기를 걸었다. 린 교수는 20년 내 중국이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연 6% 경제성장률을 보여주는 것에 자신있다"며 "외환 보유 등이 충분하기 때문에 오히려 6% 이상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그 근거를 들었다.
반면, 퍼거슨 교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정하기 나름이고, 지금 중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에 경제 둔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중국의 미국 추월 예상을 반박했다. 그는 "중국은 트랩에 빠져 경기가 둔화되고 한 자녀 정책과 공산주의 등의 영향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미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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