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는 주변국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방식(오염수 해양 방류)으로 결정되지 않게 외교적인 노력을 다하겠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아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일본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A) 위원장이 방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 참석해 이 문제를 두고 일본측과 공방을 벌이기도 한 엄 위원장은 "IAEA를 중심으로 한 원자력계에서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세가지 원칙을 보고 있다"며 "오염 물질 배출 처리에 대한 정당화 원칙, 최적화 원칙, 선량한도 원칙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량한도의 원칙이 오염수가 갖고 있는 방사선량의 총량과 그것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등을 뜻한다면 정당화 원칙과 최적화 원칙은 오염수 방출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엄 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는 단순히 과학적 원리, 근거로 따질 수 없다"며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분 등에 대한 고려도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출, 수입을 둘러싼 WTO 항소심에서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산물이 갖고 있는 선량한도가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이유로 1심에서 한국은 일본에 패했지만 2심에서는 일본의 데이터가 갖고 있는 허점과 함께 원전사고 뒤 환경이 식품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 등을 내세워 승소했다.
IAEA가 규제기관이 아닌 만큼 최악의 가정하에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엄 위원장은 "아직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다만 일본 정부의 결정 과정에서 국제적, 외교적 노력을 통해 우리가 우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IAEA 총회에서 여러 나라에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특히 중국과의 공조를 확고히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성수 원안위 기획조정관은 "중국 원자력규제기관 또한 원안위와의 양자회담때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만약 일본이 해양 방류를 선택한다면) 외교채널을 통한 조치, 국제법 절차 등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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