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목욕탕에서 느꼈던 아버지의 까칠한 손길과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때타월이 필요합니다." 한 소비자 아이디어를 토대로 때타월을 만드니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제품명은 '마더파더 타월'. 때타월의 트레이드마크인 연두색을 흰색으로 바꾸고, 양면의 질감을 다르게 했을 뿐인데 2주만에 3000개가 팔렸고, 3차 추가 판매가 진행 중이다.
뷰티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우화만(우리같이 화장품 만들어볼래?)'을 운영하는 김도연 굿즈컴퍼니 대표는 마더파더 타월의 성공 요인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IT가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 아이디어가 원석이라면 상품기획자와 제조회사는 다듬는 역할을 한다"며 "이 과정은 IT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화만은 앱에 등록된 소비자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뷰티 플랫폼이다. 지난해 초 앱 론칭 후 1년만에 가입자 수는 3만명을 넘었고, 등록된 아이디어는 총 1800여개를 돌파했다. 이 중 8개의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디어가 채택된 소비자에게는 매출 기여도의 1~3%, 최대 3억의 상금이 주어진다.
김 대표는 "지난달에만 등록된 아이디어 수는 1000개가 넘고, 이 중 30~40개의 사업성과 실현성, 안전성 등을 평가해 총 3개를 실제 제품으로 탄생시켰다"며 "가입자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총 20개, 내년에는 60~70개 가량의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IT 회사로서 소비자 아이디어 빅데이터를 모으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며 "두 달만에 1800개지만, 회원 수가 100만명이 되면 한 달에만 몇 만개씩의 아이디어가 제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굿즈컴퍼니를 출범한 김 대표는 국내 최초 소개팅앱 '이음'을 만든 IT 전문가다. 직장인 소개팅앱 '이음 오피스'와 결혼정보회사 '맺음'을 연이어 성공시킨 김 대표는 싱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했다. 싱글일수록 뷰티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후 1년 반동안 매일같이 제조, 브랜드, 부자재회사를 찾아다는 끝에 론칭한 서비스가 우화만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이수진 야놀자 대표 등이 굿즈컴퍼니의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화만이 론칭한 '마더파더 타월. [사진 출처=우화만]
플랫폼을 열자 주옥같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한 20대 유학생은 "비행기에서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인다"며 바르는 마스크팩을 제안했고, 이는 '인플라이트 마스크팩' 제품으로 탄생했다. 이 제품은 카카오메이커스에서 두 달만에 5000개 가량 판매됐고, 지난달에는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도 입점했다. 한 임산부가 제안한 '임산부를 위한 마스크팩'은 1년여간 실제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임상 테스트를 거친 뒤 한국 LOHAS와 미국 USDA, EWG 등의 글로벌 인증을 통과한 제품으로 출시돼 중국 수출을 앞두고 있다.
모든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출시되는 건 아니다. 알약으로 된 '먹는 콜라겐'과 젤형의 '바르는 콜라겐'을 위아래로 분리해 한 용기에 담자는 아이디어는 무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의한 결과 안전성 등의 이유로 불가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개복치에서 콜라겐을 추출해 마스크팩을 만들자는 소비자 제안은 국내 한 곳뿐인 제조사의 위생이 취약해 포기했다.
김 대표는 뷰티의 디지털화를 위해선 브랜드를 깨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스킨부터 에센스, 로션, 크림 등의 라인업을 구성하기보다는 '원 브랜드, 원 아이템'을 통해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샤넬과 디올이 이상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갖지 않는다"며 "브랜드보다는 실질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게 소비자들과의 공감"이라고 말했다.
굿즈컴퍼니의 최종 목표는 뷰티업계 '무신사'가 되는 것이다. 패션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는 약 3500여개 제조사가 입점한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편집숍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우화만은 플랫폼만 운영하는 IT 회사와 제조·유통을 담당하는 화장품 회사가 합쳐진 새로운 형태의 뷰티회사"라며 "소비자뿐 아니라 훌륭한 브랜드를 보유한 중소기업의 협업 파트너 역할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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