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현지시간 23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회담은 지난 6월 서울 정상회담 이후 약 석달 만으로, 이번이 9번째이다.
이번 회담은 이달 말 재개될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선 비핵화 후보상'의 리비아식 모델을 주장했던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낙마한 후 열리는 것이라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어떤 의견이 오갈지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20일 "3년동안 이 나라(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노딜' 후 교착상태였던 미북간 비핵화 협상이 제 궤도에 오르길 바라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이번 회담을 통해 미북과 남북간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일각에선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남북 대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감지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남북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모두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에 목말라있다. 따라서 두 정상이 어떤 식으로든 북핵 문제에 대한 승부수를 띄워 미북 협상과 남북협상을 급진전시킬 개연성이 크다.
일각에선 "한미 정상이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요구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핵 동결 수준에서 대북제재 완화와 맞바꾸려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으로 미북과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은 물론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연내 방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여권으로선 세가지 효과를 노릴 지도 모른다.
우선 경제 실패와 인사 참사로 여론의 몰매를 맞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정권의 주요 성과로 내세워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고 선거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북핵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김정은 방한'이라는 메가톤급 이벤트까지 성사될 경우 연일 시끄러운 '조국 사태'를 단숨에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도 가질 수 있다.
역대 최저로 떨어진 문 대통령 지지율을 단번에 상승시킬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북풍'이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조국 사태'를 덮을 수는 없다.
조국 사태는 개인의 단순한 비리가 아닌, '공정'과 '정의'라는 국정 운영의 중요한 가치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잭 고드윈이 '사무실의 정치학'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권이 권력이란 틀에 갇혀 판단이 왜곡된 채 민심의 분노를 바라봐선 안된다.
풀잎같은 민초는 바람에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법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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