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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내 정체성”…박성광, 무너진 ‘개콘’에 자진 복귀한 이유
입력 2019-09-22 08:01 
박성광은 위기의 `개그콘서트`에 돌아갔다. "오라니 그냥 갔다"는 말에서 애정이 묻어난다. 제공|SM C&C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고민이요? 전혀요. 호황, 불황에 상관없이 그곳은 그냥 고향이에요. 제 정체성을 증명해주는.”
넘치는 끼 때문에 두문불출이다. 보이는 곳에선 말할 것도 없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뭔가를 계속 벌려놓느라 늘 바쁘다. 낮은 곳에 있을 때도 기죽는 법이 없었고, 높은 곳에 올랐다고 특별히 어깨에 힘을 넣지도 않는다. 변함없이 제 갈 길 가느라 여념이 없는, 그래서 더 반갑고, 만남 뒤엔 웃음이 남는, 개그맨 박성광(38)이다.
최근 서울 동대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성광은 오래전 KBS2 ‘개그콘서트 희극인실에서 본 모습 그대로다. 아무 말도 안 할 때면 왠지 모르게 뾰로통해 보이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금세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속마음을 툭툭 털어놓는다. 무심한 듯 농을 섞어 말하지만 들을수록 진솔함과 따뜻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고민을 물으니, 마흔이 되면 철이 들까봐 걱정”이라는, 여전히 꿈 많고 열정 가득한, ‘천생 개그맨다운 익살꾼.
위기의 ‘개그콘서트에 구원투수로 온 것이냐”라고 인사를 건네니, 그런 부담감을 느끼는 순간 끝난다. 재미없어진다. 그냥 순리대로 왔다. 내 뿌리이자 정체성이니까. 오라는 말에 그냥 갔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솔직히 왜 그런 책임감을, 압박감을 안 느꼈겠나. 나 역시 ‘개그콘서트의 호황기에 훌륭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많은 걸 배우고 누렸는데…당연히 뭔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 또한 개그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에, 함께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자는 마음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비해 제작진과의 소통이 활발해졌고, (여전히 엄격한 제재가 있긴 하지만) 새로운 도전도 많아졌어요. 후배들에게 너무 엄격한 채찍보단 따뜻한 격려로 관계를 쌓아가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쉽지만은 않죠.(웃음) 그때는 무서웠지만 지나고 나니 감사하기만 한 선배들의 마음도, 저 역시 지나쳐왔기에 후배들의 마음도 동시에 알 수 있는 위치라 쉽지만은 않네요. 하하!”
박성광은 재미없다는 말도 달게 들으며, 그저 `개그콘서트`를 쭈욱 봐주기 바란다고 했다. 제공| SM C&C
‘개그콘서트에 처음 입성한 뒤 10년을 한 번도 빠짐없이 무대에 올랐다. 자신과의 약속이었단다. 그러다 딱 10년을 채우고, 어느새 개그와 무대와 어떤 익숙함 속에서 잊혀져가는 ‘소중함에 대해 자각하게 됐다고. 그래서 과감히 스스로 휴식을 선언했다.
어느 때부턴가 나만 아는 내 안의 변화를 느꼈다”는 그는 순수한 목적성, 개그에 대한 소중함과 열정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을 때쯤이었다. 힘에 부치니 어쩔 땐 기계적으로 되기도 하더라. 그러다 결정적으로 이런 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볼까봐 두려워졌다. 더군다나 그것이 아끼는 후배가 될까봐”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8~9개월 정도 휴식기를 가지게 됐는데, 정말 자연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웃음) 글도 쓰고, 여행도 다니고, 나만의 시간도 가지면서 나를 다시 다질 수 있었어요. 그 휴식기 덕분에 생긴 여유로 예능에 운 좋게 입성할 수도 있었고요. 어떻게 보면 운이 좋게 개그도, 예능도, 영화도 하나하나 해나갈 수 있었죠.”
그리고 다시 돌아온 ‘개그콘서트. 그리움과 모험 끝에 다시 선 무대가 두려울 법도,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제 집처럼 편안했다니, 역시나 그다운 여유와 믿음이다. 분명 어떤 의미로든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서 죄송스럽고 가슴 아프긴 하지만 열심히 가꿔 달려갈 거다. 다시 차근차근, 후배들과 함께”라며 미소를 짓기도.
이런 위기를 경고하는 징조들이 분명 있었는데 그땐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못 웃겨드려서 정말 죄송하긴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애정을 갖고, 열정을 다하면 다시 웃음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요. 재미없다는 말은 겸허하게, 재미있다는 말도 감사하게 모두 듣고 있어요. 그저 그 애정을 놓지 말고 계속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끝으로 그는 후배들을 향해 일단 함께 해서 좋고, 뭔가를 일궈 나갈 테니 더 좋다. 미래가 불투명해 불안하고, ‘예전 같지 않다는 말에 다소 힘이 빠져도, 조금만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꼰대라고 할까봐 두렵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은, 나만 잘 한다고 되는 건 없더라고요. 관계가 틀어지면 결국 무대 위에서도 안 풀려요. 나와의 싸움부터 이겨내야 할 것들의 연속인데 눈치 보거나 흔들려서도 안 되고요. 결국엔 자신감이에요. 내 편이 많아 그 믿음과 응원 속에서 솟아나는 힘, 여기에 나만 아는 개그에 대한 진심이 더해졌을 때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꼭 함께 뛰어 넘고 싶어요, 눈앞의 역경들을. 아자아자! 가즈아~”
위기를 기회 삼아 새단장을 마친 KBS2 ‘개그콘서트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15분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박성광이 함께 간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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