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아사(餓死) 가능성이 제기된 탈북민 모자를 기리는 '시민 애도장'이 오늘(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렸습니다.
사인 규명 및 후속 대응책 등을 둘러싼 정부와 탈북민 단체 간 이견으로 정식 장례식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장례위원회 주관으로 시민 애도장이 진행됐습니다. 탈북민들과 김진태·김영우 의원(이상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을 포함해 200명 안팎의 시민이 자리했습니다.
공동장례위원장으로서 조사를 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평생 정치를 하면서 이런 무거운 조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두 사람을 보살피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게 만든 것은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사망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전 의장은 또 현 정부가 고인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탈북민으로, 공동장례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풍요로운 자유 대한민국에 와서 굶어 죽었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라면서 통일장관, 서울시장, 관할 관악구청장 등이 여태까지 광화문역 앞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선영 전 의원은 탈북민들을 '미리 온 통일세대', '통일 길잡이' 등으로 부르면서 실제론 냉대해 이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며 "탈북민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분연히 일어서자. (고인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외쳤습니다.
시민 애도장은 조사와 조가(弔歌), 조시(弔詩) 낭독, 진혼무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후 참석자들은 한씨 모자의 영정을 들고 청와대 쪽으로 행진했습니다.
2009년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민 한모(42) 씨는 아들 김모(6) 군과 함께 지난 7월 31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한 씨 모자에 대한 부검을 거쳐 '사인 불명'이라고 밝혔지만 시신 발견 당시 한 씨 아파트에 식료품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는 점에서 아사 가능성이 제기됐고, 정부의 탈북민 지원 체계와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