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딸 조 모씨(28)가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전형 입학 지원 당시 제출한 제1저자 의학논문이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시 입학사정관을 지냈던 고려대 교수는 "고등학생이 학술지 논문을 낸다는 게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심사자들 눈에 띄었을 것"이라면서도 "논문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조작행위가 있었더라도 입시에서 이를 걸러내는 장치가 사실상 없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A교수는 20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당시 세계선도인재전형 평가 과정과 입학사정관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했다. A교수는 2008년께부터 약 4년여간 입학사정관으로 지내며 수시전형 서류심사 등 평가에 참여했다. 그는 자신이 심사했던 지원자들 서류 중엔 학술지 논문 실적이 실렸던 사례는 못 봤다고 기억했다.
SCIE 학술지에 제1저자 논문을 등재하는 등 고등학생 신분으론 성취하기 어려운 '오버스펙'에 대해 별도의 검증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A교수는 "당시 입학사정관들은 논문이 실제로 학술지에 실렸고, 그 논문에 지원자의 이름이 실린 점 등만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퍼블리시된 논문에 대해선 큰 의심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는 과정에서 이미 검증이 됐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A교수는 '제출서류 목록표'에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지원자가 실제로 해당 자료를 학교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목록표에 기재된 특정 서류가 누락된 경우엔 학교에서 지원자에게 연락이 간다"며 "지원자가 제출하지 않을 서류를 목록표에 적고 지우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목록표의 최종 수정은 지원자가 하게끔 돼 있었다"고 했다. 이는 목록표를 학교가 임의로 수정한다면 서류 제출 여부를 두고 지원자와 학교 간 문제가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교수는 당시 세계선도인재전형은 2단계에 걸쳐 평가가 이뤄졌지만 결국 1단계 점수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가 지원했던 '세계선도인재전형'은 1단계에선 '어학 또는 AP'와 '학교생활기록부(서류평가)'가 각각 40%, 60% 반영됐다. 지원자 1인당 약 10분간의 면접 시간이 주어졌는데 이 중 6~7분가량은 전공별 구술시험이 진행됐고, 나머지 3분여간 외국 체류 경험 등 일반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A교수는 "2단계인 면접에서 당락이 갈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일부 지원자에 한한 이야기"라고 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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